현재의 미분양 적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연말부터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 건설업체들이 잇달아 부도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기반 정상화 방안' 세미나에서 "작년 12월 기준 민간 미분양 아파트는 전국 11만2254가구에 이른다"며 "전국적으로 2년간 총 22조2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총 22조2000억원 중 수도권은 약 4조원, 지방은 약 18조2000억원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연평균 주택건설투자 규모 35조6000억원의 31.2%에 해당한다.
미분양 아파트에 적체된 자금 때문에 발생하는 금융비용도 상당하다. 투입된 비용 중 타인자본비율이 30%일 경우 연간 2600억원의 추가 금융 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2006년 건설산업 전체가 지급한 금융비용 25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타인자본이 100%일 경우 금융비용은 8800억원이다.
김 위원은 "최근들어 중소업체들 중 부채는 늘고 현금성 자산은 줄어드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미분양 아파트 적체 때문에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회사의) 자금경색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금성 자산이 소진되는 시점에서 중소업체는 부도 등의 사태를 맞게 될 수밖에 없다"며 "업계 일각에서는 그 시점을 이르면 올 연말로 바라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은 이와 같은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분양 적체 사태를 개선해 나가는 정책을 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도시지역, 군지역)으로 세분화하고 준공 전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나눠 각각 특성에 맞게 해소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건설회사는 분양가 할인, 분양조건 개선, 임대사업 전환, 미분양 일괄 매각, 주택상환사채나 미분양 투자펀드 활용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하며 정부는 주택대출 규제와 양도세 등 세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