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재정부 '메가뱅크' 주도권 다툼 격화

2008-04-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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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산은 민영화 그대로 간다" 재정부, "이번 기회 놓칠 수 없다"

금융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재정부가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까지 합쳐 매각하는 메가뱅크 방안을 들고 나오자 금융위가 발끈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정부의 기본 방향은 금융공기업의 민영화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짓는 것"이라며 "일부 이견이 있지만 산업은행 민영화도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해 최근 재정부가 제기한 '메가뱅크' 방안을 일축했다.

그동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은행 단독 민영화를 추진하는 금융위 방안에 불만을 표시하며 메가뱅크 방안을 주장해왔다.

산업은행과 우리금융, 기업은행을 통합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은행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전 위원장은 "메가뱅크를 할지 말지는 금융위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금융공기업 민영화를 비롯한 금융정책 주도권을 금융위가 쥐고 있음을 확실히 했다.

메가뱅크 방안을 둘러싼 재정부와 금융위의 시각차는 지난달 31일 금융위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에 대해 "6월중 산은법을 개정한 후 7월 안에 지배구조를 민간주도로 바꿔 내년부터 지분 매각에 나서겠다"고 보고했다.

산업은행의 경영권을 이른 시일 내에 민간에 넘겨 글로벌 투자은행(IB)로 육성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계획이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금융위 방안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강 장관은 "현재와 같이 세계 70~80위권 은행만 가지고는 금융허브를 만들 수 없다"며 "산업은행 민영화는 아시아 10대 은행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과 우리금융, 기업은행을 통합해 글로벌 은행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3개 은행을 합칠 경우 자산규모 546조원의 세계 30위권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해 민간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이 다시 안개 속으로 치닫게 됐다.

한편 지난달 정책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한국은행과 설전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금융위와도 충돌하면서 재정부의 좌충우돌식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정부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서 금리 인하나 국책은행 민영화 방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도 "부처별 소관 업무를 무시하고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경우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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