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중국 경제가 잡아야 할 두마리 '토끼'로 경기과열과 물가상승을 꼽았다.
경기과열이란 '토끼'는 중국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제점이다. 왜냐하면 현재 세계 각국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 조짐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보면 중국 지도부가 경기과열 억제에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 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원 총리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 목표치를 8%로 설정했다.
물론 중국은 지난해에도 경제성장 목표치를 8%로 잡았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해 11.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최근 5년 연속 두자릿수의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원자바오 총리가 이번에 제시한 경제성장 목표치는 사실상 기대치를 낮춰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경제성장의 속도 조절에 본격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물가대란이라는 국내적인 위기사태와 미국발 세계 경제의 침체 조짐으로 요약되는 '내우외환'의 정세를 중국 경제의 질적인 전환의 호기로 삼아보자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원 총리는 "경제성장률만 일방적으로 추구하지 않고 경제와 사회의 균형 성장을 실현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성장 일변도의 경제발전 방식을 질적인 성장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우선 에너지를 많이 쓰거나 오염 배출량이 많은 업종을 통제하는 대신 대형 항공기 제조나 오염 퇴치업, 유전 및 가스전 개발 등의 사업을 장려하기로 했다.
원 총리는 특히 "벤처 창업투자를 장려하는 등 산업구조를 정보통신과 바이오, 환경산업 등의 첨단산업 위주로 육성하고 서비스업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저임금을 따먹기 위해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발길을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로 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가 이번 업무보고를 통헤 제시한 올해 중국 경제의 두번째 과제는 물가를 잡는 것이다. 그는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지난해와 같은 4.8% 이내에서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물가 상승 억제 목표치를 3%로 설정했다. 그러나 가파른 경제성장과 식료품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 등의 여파로 지난해 10년만에 최고치인 4.8%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 물가상승률이 7.1%로 11년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물가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원 총리는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가 많아 물가상승 억제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시인했다.
중국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채택해 왔으나 이번에 '긴축'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중국은 우선 정부가 시중에 푸는 돈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원 총리는 "올해 예산 적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650억위안 줄인 1천800억위안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또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금리의 조정 역할을 합리적으로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는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상 카드는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원 총리는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보완해 환율의 탄성을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해 위안화 환율변동폭 확대 방침을 밝혔다.
중국이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위안화 평가절상 카드를 꺼낸다면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유리한 만큼 한국 경제에는 다행스런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양곡과 식물성 식용유, 육류 등 기본 생필품과 상품의 공급을 늘리고 매점매석과 같은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는 조취를 취하기로 했다.
베이징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치르는 중국의 경제는 올해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지, 아니면 그동안 쌓였던 거품이 붕괴되면서 경착륙을 하게 될지 기로에 서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5천여명이 이번 양회(兩會)에서 국내외적인 도전을 극복하고 미국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을 수 있을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