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기업의 성장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지난 11년간 30대그룹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어, 친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결정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김종석은)은 28일 '대규모기업집단의 국민경제적 비중' 보고서에서 "1995년에서 2005년 사이 30대그룹, 특히 4대그룹의 비중이 크게 축소됐다"면서 "이는 결국 글로벌 시대의 국가경쟁력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이를 근거로 '선도기업'의 성장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금융업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전산업에서 3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자산 기준으로는 34.1%에서 19.2%로 낮아졌고, 매출액(59.7%)과 고용(40.3%)도 각각 35.6%, 25.6%로 떨어졌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계열기업수는 1995년 206개에서 2005년 218개로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총자산은 62.8%에서 51.1%로, 매출액은 58.3%에서 50.4%로, 고용은 43.8%에서 32.4%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업의 경우엔 금산분리 정책 등으로 30대그룹의 비중은 1995년 총자산은 9.3%, 매출액은 5.1%, 고용 6.1%에서 2005년 각각 8.3%, 4.2%, 1.5%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룹 규모별로는 4대그룹의 매출액 비중이 이 기간 40.5%에서 22.0%로 가장 크게 감소해 30대 그룹 안에서도 경제비중의 축소 정도는 상이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에 5-10위 그룹의 비중은 14.0%에서 10.1%로 줄어드는 데 그쳤고 10위권 밖의 그룹들은 비중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4대그룹의 비중이 특히 큰 폭으로 축소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이들 기업이 집중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벌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한경연은 풀이했다.
한경연은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정부는 글로벌 기업의 육성을 통한 국민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각종 규제의 대상으로 분류돼 오히려 성장이 제한되고 있다"면서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명분하의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경연 이주선 기업연구본부장은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7년에는 차입을 통한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이 국가경제에 큰 위험요인이 됐기 때문에 규제할 필요가 있었다"면서도 "이제 이런 위험은 크게 완화돼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12개 정도에 불과한 국내 선도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 이들이 글로벌시장에서 마음껏 뻗어나가게 해주는 것이 국가경제와 중소기업들에도 이득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해지하고 그에 바탕을 둔 출자총액제한제, 지주회사에 대한 제한, 상호출자금지, 채무보증금지 등 대기업 규제를 함께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