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금리가 치솟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금리 변동 주기가 너무 짧아 변동금리형과 고정금리형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중 자금 동향에 따라 금리를 멋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은행들 탓에 애꿎은 서민 대출자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 요동치는 대출금리
은행권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한 해 동안 0.9~1.4%포인트 올라 최고금리의 경우 연 8% 초반대까지 치솟았다.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은 고객은 일년 만에 연 이자가 100만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대출금리가 급등한 것은 지난해 돈 가뭄에 시달리던 은행들이 CD 발행을 늘리면서 CD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CD금리가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91일물 CD금리는 지난달 10일 6년8개월 만에 최고치인 5.89%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자금 압박에서 벗어난 은행들이 CD 발행을 줄이면서 CD금리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18일 현재 지난달 최고점보다 0.62%포인트 빠진 5.27%를 기록 중이다.
은행권의 자금 사정이 호전된 것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국내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은행에서 증시로 돈이 빠져나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주춤해진데다 6%대 고금리 특판예금 판매 경쟁을 벌이면서 돈줄 잡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CD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권 변동금리형 대출금리도 한달새 0.16~0.21%포인트 급락했다.
◆ 대출자 고민 깊어져
대출금리가 요동치면서 대출 만기가 도래한 고객들은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혹은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갈아탈 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새로 대출을 받는 고객들도 변동금리형과 고정금리형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해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훨씬 웃돌 당시에는 고정금리형 대출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고정금리형 대출상품인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연 6.45~6.85%)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약 4천500억원이 팔렸다. 신한은행의 '금리확정 모기지론'(연 6.5~6.75%)도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1조원의 판매 한도액을 모두 채웠다.
지난달 고정금리의 기준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기현상까지 나타나면서 고정금리형 상품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CD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로 국내 시중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변동금리가 다시 고정금리 밑으로 내려갔다.
19일 현재 신한은행의 3개월 변동금리형 대출금리는 6.31~7.71%로 고정금리보다 0.11%포인트 낮아졌다. 국민은행 변동금리의 경우 5.97~7.57%로 고정금리보다 0.08%포인트 밑돌고 있다.
◆ 엇갈리는 전문가 전망
향후 금리 변동 동향에 대해 전문가들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어 대출자들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서춘수 신한은행 스타시티 지점장은 "올해 세계 경기 전망이 안 좋은 데다 FRB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어 상당 기간 저금리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변동금리형 대출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팀장은 "현재는 변동금리가 유리해보이지만 단기간에 금리가 급변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 고정금리로 가는 것이 좋다"며 "고 조언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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