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중국펀드의 대안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브릭스펀드도 글로벌 증시의 급락장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브릭스펀드는 브라질과 인도, 러시아, 중국 등 신흥시장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낮추면서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대규모 투자자금을 빨아들였으나 최근 성적을 보면 원금 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초라하다.
29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브릭스펀드 가운데 설정액 규모가 3조7천752억원으로 가장 큰 '슈로더브릭스주식형자(E)'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42%로 글로벌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11.71%와 비슷했다.
2005년 12월 12일 설정된 이 펀드의 1년 수익률은 한때 50%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우수했으나 올 들어 글로벌 증시의 폭락으로 지금은 31.64%로 축소됐다. 증시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작년에 벌어들인 수익 금의 상당액을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특히 중국펀드의 과열경고가 잇따른 지난해 11월 이후 브릭스펀드가 대안 투자처로 급부상하면서 자금유입이 집중됐으나 브릭스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11∼-17%인 점에 비춰 대다수 투자자들이 원금마저 까먹은 셈이다.
브릭스펀드가 글로벌 증시를 엄습한 미국발 경기불황 한파 앞에서 속수무책의 모습을 보이자 올 들어 급증했던 투자자금이 최근 순유출 현상을 보였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상품명에 '브릭스'나 'BRICs' 등이 포함된 전체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2일 10조8천198억원이었으나 24일에는 7천73억원 늘어난 11조5천27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25일에는 11조4천930억원으로 341억원 감소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순환매가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올해 펀드투자의 대세로 부상했던 브릭스펀드가 계속된 수익률 감소로 적신호가 켜졌음에도 펀더멘털에는 이상이 없는 만큼 장기투자 관점에서는 여전히 유망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브릭스펀드의 손실은 유럽 등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미국과 유럽이 불안하고 일본도 전망이 좋지 않아 투자대안은 이머징마켓 밖에 없다. 브릭스펀드 투자자들은 환매보다는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