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시장을 누비며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단순 제조업 기지로만 머물던 중국이 이제 넘쳐나는 외환과 적극적인 정부 정책에 힘입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중국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부터 인도, 카자흐스탄, 아프리카의 수단과 케냐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 자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세계 유수 기업들과 인수합병을 통해 선진기술과 유명브랜드 확보, 선진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을 꾀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전략적이고도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 칭커(清科)그룹의 ‘2007년 중국 합병시장 연도 연구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합병은 84건이었다. 그 중 금액을 밝힌 63건의 합병총액이 186억6900만달러에 달해 2006년 90억8900만달러보다 105.4% 증가했다.
또 중국기업의 해외합병에서 1위는 제조산업이 차지해 모두 57건으로 합병총액은 117억6900만달러에 달한다. 서비스와 IT 산업은 각각 2위, 3위로 합병총액은 59억9000만달러, 8억7300만달러 등을 기록했다.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은 전 산업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가전 등은 물론 통신, 천연자원, 제약, 금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전 산업분야를 망라하고 해외기업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산업도 단순조립 차원이 아니라 핵심부품을 자체생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또다시 2억8500만달러를 투입해 난징자동차를 인수해 중국 최대이자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회사로 태어났다.
난징자동차는 지난 2005년 법정관리중이던 영국 MG로버자동차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로버자동차의 옛 공장에서 스포츠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 최대 TV업체인 TCL은 프랑스 톰슨과 합병을 통해 톰슨의 RCA 브랜드를 이용하면서 기존 선진시장에 연착하게 됐다.
중국 광물채굴 기업들의 해외광산 인수합병이나 천연자원 채굴권을 확보하기 위한 발빠른 행보도 눈여겨 볼 만하다.
중국의 광물 관련업체들은 유한한 천연자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해외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85억4000만달러로 투자 누계액은 179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유한한 천연자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중국해양석유(CNOOC)가 사들인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악포 유전 개발현장.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중국해양석유(CNOOC)는 최근 22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나이지리아 악포 유전지분 44.5%를 사들였다. 또 다른 국영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는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 3위 석유업체인 페트로카자흐스탄을 인수했다.
CNPC는 카자흐스탄, 베네수엘라, 수단, 알제리, 이라크, 이란,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석유채굴권을 확보했다.
중국은 철강산업 분야에서도 인수합병 대열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중국의 철강산업은 세계 철강산업의 흐름을 좌지우지 할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9억여톤으로 세계 전체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도로, 빌딩 등 인프라 건설에 쓰이는 철강량은 어마어마하다.
이 때문에 중국은 국외 광산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철강생산량을 늘려 나가려는 야심찬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에서 11개 광산기업을 인수했다. 중국 철강업체인 쭝구워쭝깡지티꽁쓰(中国重钢集体公司)는 오스트레일리아 철광기업인 미드웨스트에 현금 10억달러의 인수가격을 제시해 화제가 됐다.
또 바오깡(宝钢)도 세계 2위의 다국적 광산기업인 오스트레일리아 리오틴토를 2000만달러에 인수할 뜻을 내비쳐 주목을 끌었다.
이처럼 석유, 철강 등 업계의 인수합병은 중국정부의 에너지 확보정책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금융, 보험 등 분야의 해외 인수합병 움직임도 거세다.
중앙은행 조우샤오추안(周小川) 총재는 “인수합병 방식으로 해외 금융기관의 지분에 참여하는 경우를 포함해 자격을 갖춘 시중은행의 해외기구 설립과 발전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은행들은 해외지점 설립을 가속화하고 해외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한해동안 중국 은행업이 발표한 해외 인수합병은 모두 6건, 107억달러 규모로 중국의 해외 인수합병 거래액의 50.7%를 차지했다.
중국경제의 고속성장, 위안화 평가절상 등이 중국 자산가격을 급등시켜 중국 은행을 해외로 이끄는 강력한 추진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중국공상은행은 55억6000만달러를 들여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탠더드은행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중국 자본이 세계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했음을 잘 보여준다.
또 중국 2대 보험사인 핑안(平安)보험은 지난해 27억달러에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 포티스의 지분 4.2%를 사들였다.
이처럼 중국은 각 산업별로 해외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최근 수년동안 연평균 9%를 상회하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뤄낸 중국의 해외기업 사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자국에서의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중국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위안화 평가절상, 자체 기술력 향상 등을 배경으로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기업들도 이 같은 중국의 공세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김민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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