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밸류업 힘입어… 자사주 매입 19조 '사상 최대'

2025-01-09 18:23
자사주 소각도 14조 기록
밸류업 지수 종목 주가 상승률도
코스피 웃돌아… 참여기업 늘 듯

 
지난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장사들이 자기 주식을 매입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인 19조원을 기록했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의 주가 상승률도 코스피 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밸류업 효과가 입증된 만큼 중장기 관점에서 참여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23년 8조2000억원에서 10조6000억원 늘어난 18조800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2.3배 급증한 수준이다. 거래소 시스템상 관련 데이터가 존재하는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자사주 소각 금액도 13조9000억원으로 7년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3년 자사주 소각 금액은 4조8000억원으로 2022년 3조1000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현금배당은 45조8000억원으로 전년 43조1000억원에서 6.3% 증가했다.

거래소 측은 주주가치 존중에 대한 시장 참여자와 기업의 관심이 제고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기업들의 주가는 공시 직후 평균 2.10% 상승했다. 지난 4월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대동전자는 자사주 취득 공시 이튿날 29.90% 상승 마감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83%), 동인기연(11.60%), 대한제강(11.44%), KT&G(10.75%)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까지도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움직임은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셀트리온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에만 자사주 취득 공시를 6차례나 냈다. 자사주 소각에는 소극적인 회사였지만 지난해에는 3차례 소각에 나섰다.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의 주가도 양호했다. 지난해 5월 밸류업 공시가 시행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밸류업 공시(본공시·예비공시 합계)를 한 상장사는 102개다. 코스피는 85개, 코스닥은 17개였다.

밸류업 본공시 기업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3.2%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 본공시 기업의 주가는 연초 대비 평균 4.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은 -9.6%로 부진했지만 밸류업 공시 기업의 수익률은 15%포인트를 초과했다.

거래소가 내놓은 밸류업 지수는 코스피 대비 선방 중이다. 특히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달 16일 리밸런싱을 진행한 이후 이달 9일까지 3.16%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 1.10%를 웃돈다.

밸류업 공시 도입 후 초반에는 기업들의 저조한 참여, 알맹이가 빠진 공시가 나오면서 투자자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하반기로 갈수록 기업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4분기에만 80개사가 본공시를 실시했다. 5월 2개사, 6월 1개사 등에 그쳤지만 10월 18개사, 11월 28개사, 12월 34개사 등이 밸류업 계획을 내놨다.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밸류업 효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난 만큼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대기업 위주로 밸류업 공시를 하고 있어 코스닥 기업도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거래소는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2년 차를 맞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공시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1분기 중 밸류업 우수기업 표창 평가 기준을 제정하고 오는 5월 밸류업 우수기업 표창을 수여한다. 참여 기업이 늘어난다면 우수기업 선정에 더욱 의미를 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