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젠슨 황 만난 최태원..."SK HBM 개발 속도, 엔비디아 요구 넘어서"

2025-01-09 19:00
제조업 강한 한국 기업과 로봇·자율주행차 사업 협력 제안도
마이크론 GDDR 채택 "큰 이슈 아냐"...고가치 HBM 집중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5'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이 SK 전시 부스에 마련된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격 회동하고 인공지능(AI) 사업에 관한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져 엔비디아 측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황 회장에게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로봇·자율주행차 기반 피지컬(물리적) AI 사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을 제안한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8일(현지시간) CES 2025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이러한 일화를 직접 언급했다. 최 회장과 황 회장은 이날 오전 일찍 라스베이거스 모처에서 만났다. 이후 최 회장은 CES 2025 현장으로 이동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며 AI 사업 발전 방향을 살폈다.

최 회장과 황 회장의 최우선 관심사는 HBM이었다. 올해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얼마나 공급할지 공급량은 이미 확정된 만큼 양사 파트너십 강화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최 회장은 "기존에는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개발 속도보다 뒤처져 있어 엔비디아 측 요구가 더 빨리 개발해 달라는 데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SK하이닉스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조금 앞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16단 HBM3E(5세대)를 본격 양산하면서 HBM4(6세대) 개발에 속도를 낸 것에 따른 고객만족 성과로 풀이된다.

이어 "한국 기업은 제조업 관련 강점과 노하우를 많이 보유한 만큼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사업(코스모스 플랫폼)과 연관해서 협력할 부분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SK그룹과 엔비디아 간 코스모스 플랫폼 관련 협업은 이제 막 시작된다.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추후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코스모스 플랫폼은 로봇·자율주행차 등 실물 AI 제품 운용 중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정리·분석해서 관련 AI 모델에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최 회장은 전날 황 회장이 소비자용 GPU인 RTX 블랙웰(지포스 50)을 공개하면서 마이크론의 GDDR7(7세대 그래픽 메모리) 탑재를 언급한 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그래픽 메모리를 만드는지 몰랐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그리 대단한 이슈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황 회장은 단순히 GPU를 만드는 것을 넘어 최적의 컴퓨팅 솔루션을 만든다는 엔비디아의 비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최고경영자로서 역할이 있는 만큼 개별 칩에 어떤 회사 솔루션과 메모리가 들어가는지 모를 수도 있다고 최 회장은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황 회장은 RTX 블랙웰에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다양한 파트너사의 GDDR7 제품이 들어간다"고 해명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SK그룹 차원에서 전체 메모리 시장 내 비중이 5% 내외인 그래픽 메모리보다 고부가가치 HBM에 한층 집중해 AI 시장 주도권을 쥐는 사업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