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의 핀스토리] 을사년 맞은 4대 금융…'밸류업 재도전' 나선다

2025-01-02 07:00
시가총액 합계 '100조' 앞두고 초대형 악재
정국 불안정·환율 급등에 시총 15.6조 빠져
당국·시장, "차질 없는 밸류업" 공통 메시지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순항 중이던 주요 금융그룹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때아닌 풍랑을 맞았습니다. 지난 한 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이 밸류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시가총액을 50% 이상 불려놨는데 연말 대내·외 악재로 인해 급락했기 때문이죠. 이에 금융당국과 4대 금융은 ‘차질 없는 밸류업’을 강조하면서 악재에 따른 영향 최소화, 신속한 주가 반등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우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시장 안정을 올해 최우선 정책 순위로 꼽으면서도 밸류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금융시스템이 독립적이고 체계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며 주주권 행사 보장, 밸류업 계획 지원 등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말했죠.

새해부터 금융당국 수장들이 밸류업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지난달 불어닥친 외풍이 금융주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일 갑작스럽게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와 그 후폭풍으로 인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발단이었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은 데 이어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던 밸류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에 금융주가 주저앉기 시작했습니다.

4대 금융 시가총액 합계는 올해 초 64조810억원에서 지난달 3일 99조9500억원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락했습니다. 3거래일 만에 11조680억원이 증발해 88조8820억원 수준까지 떨어진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당시 외국인들이 앞다퉈 국내 증시를 떠났는데,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은 4대 금융이 큰 타격을 받았죠.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고 암시하면서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4대 금융은 주주환원 규모를 결정하는 지표로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활용하는데,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CET1 비율이 하락합니다. 다시 말해 환율이 급등하면 금융그룹의 주주환원 여력이 낮아지고, 금융주 매력이 떨어져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환율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국내 정치상황도 악화일로로 치달았습니다.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지난달 27일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안정 등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하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까지 대행하게 됐죠.

금융당국과 4대 금융 수장들은 흔들림 없는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해외투자자들과 소통을 확대하는 등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4대 금융의 시가총액 합계는 비상계엄 사태 직전보다 15조6080억원 하락한 84조3420억원으로 2024년을 마무리했습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밸류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만큼 금융권도 올해 주가 반등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밸류업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하나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매입했습니다. 함 회장을 비롯해 강성묵 부회장(1200주), 이승열 부회장(1000주), 박종무 부사장(500주), 김미숙 부사장(500주) 등 하나금융 임원이 지난달 매입한 주식만 총 9350주에 달합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지난달 29일 ‘금융시장 대응 긴급 현안 점건 회의’를 주재해 ‘흔들림 없는 밸류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투자자, 주주들을 안심시키도록 지시했습니다. 이 밖에도 우리금융은 정국 불안에 따른 시장 불안감 최소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KB금융그룹도 지난달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서한을 보내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CET1 비율과 관련 리스크를 관리해 주주가치 극대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신한금융그룹도 해외투자자들과 소통을 확대해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금융시스템 회복력에 대해 홍보하는 등 시장 변동성 관리를 위해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이와 같은 노력들이 새해에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며 “또한 4대 금융 모두 한국거래소가 지정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면서 여전히 상승 동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