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의 핀스토리] '계엄령 충격' 우리 경제 흉터일까·해프닝일까

2024-12-05 07:00
전시·사변 시 선포되는 계엄…국가신인도에 큰 타격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 안정화 필요"
"회복세 고려 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비상계엄 사태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으로 한국 금융시장이 휘청였습니다.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되면서, 사건은 헤프닝으로 넘어가는 듯싶었는데요. 전문가들은 계엄령 충격이 단순 헤프닝을 넘어 우리나라 경제시장에 흉터로 남을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이란 헌법 77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우리나라에선 45년 만의 비상계엄이 선포됐죠. 헌법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전시’와 ‘사변’은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단어입니다. 전쟁 중이거나 사람의 힘으로는 피할 수 없는 천재(天災)나 그 밖의 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를 뜻하죠. 전날 언론사에서 나온 비상계엄 관련 속보만을 보고 전쟁이나 북한의 선전포고 등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비상계엄이 발생되면 우리나라에 국가적인 위기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상계엄이 발생했으니,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시장의 안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6.5원까지 치솟았는데요. 이는 2009년 3월 15일(1488.0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처음 기록한 수치입니다. 달러 대비 우리나라 화폐의 가치가 역대급으로 낮게 평가된 것이죠.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은 국내 물가수준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국가나 민간에서 진 해외채무의 실질적인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서도 충격이 발생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패닉으로 인한 투매가 일어나며 30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30% 이상 빠졌습니다.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도 않았습니다. 뉴욕증시에서는 한국관련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했죠.
 
전문가들은 국가의 신인도(국가의 채무 이행 능력과 의사 수준을 표시한 것)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금융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이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큰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국가의 신인도가 중요한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당 기간에 걸쳐서 해외로 투자 자금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자금경색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으면 국민의 삶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 교수는 이어 “한국이 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금융‧통화당국 등은 유동성을 충분하게 공급해 비정상적인 상황을 돌파할 여력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이번 비상계엄이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무제한적인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무제한 공급 방식의 유동성 지원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처음인데요. 비상계엄 관련 리스크가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강력한 수를 두는 겁니다. 또한 한국은행은 매일 두 차례 비상계엄 영향 점검을 진행합니다. 금융감독원도 필요 시 시장안정조치를 즉각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계엄 기간이 짧았고 시장이 다시 안정적으로 변화한 만큼, 단기적인 변동성은 우려되지만 충격의 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 시장은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한다”며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해제하면서 환율, 야간 선물 시장 등 낙폭을 축소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융 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은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있고,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