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초 아파트도 안 산다…꽁꽁 얼어붙은 경매시장
2025-01-08 16:24
부동산 시장 침체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경매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를 감당하지 못한 경매 물건이 늘고 있지만,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강남권과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조차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하고 있다.
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만5419건으로 전년 3만9059건보다 41.8% 급증했다. 2022년 2만4101건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규모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갚지 못하면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하고자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특히 탄핵 정국이 겹치며 부동산 시장 한파가 거세진 지난달 경매 건수는 279건으로, 전년 141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낙찰률은 39.8%로 같은 해 3월(34.9%)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
자치구별로 보면 지난달 종로구에선 4건의 아파트 경매가 이뤄졌지만 단 1명도 응찰하지 않아 낙찰률 0%를 기록했다. 이어 금천구 16.7%, 영등포구·중랑구 각 22.2%, 양천구 24.0% 순으로 낙찰률이 저조했다. 한강변에 위치해 수요가 높았던 용산구와 강남 3구 중 한 곳인 서초구도 각각 25.0%에 그쳤다.
낙찰가율은 시장 동향을 예측하는 지표로 쓰인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면 경매 응찰자가 많아져 경쟁률이 높아지고 낙찰가도 오르는 경향을 보여서다. 낙찰가율 하락은 앞으로 집값 향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 옥죄기와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경매 시장의 경색은 피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최근 강남권·한강변 아파트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서 경쟁력이 낮은 물건은 유찰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출 규제 등에 변화가 없다면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