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에 단독 조사권 줘야"…관련법 발의에 한은·금감원 기싸움 재점화 조짐
2025-01-06 05:00
현행법상 한은 단독으로 지급결제 기관 조사·검사 불가
지급결제·금융사고 복잡해지며 금융안정 중요성 대두
주요국, 지급결제 전반 감시 권한 중앙은행법에 명시
"한은, 금융시스템 최종대부자…국민경제 위한 논의 필요"
지급결제·금융사고 복잡해지며 금융안정 중요성 대두
주요국, 지급결제 전반 감시 권한 중앙은행법에 명시
"한은, 금융시스템 최종대부자…국민경제 위한 논의 필요"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지급결제제도 운영·참가기관을 상대로 한은이 단독 서면·현장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급결제제도란 개인이나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현금, 카드, 계좌이체 등 지급 수단을 이용해 각종 경제활동에 발생하는 거래 당사자 간의 채권·채무 관계를 해소하는 행위를 총칭한다. 현재 한은은 금융망을 운영하며 최종 결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은은 지급결제업무 취급 금융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권한과 금융감독원에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및 공동검사를 요구하는 권한을 갖는다. 한은은 지난 1998년 은행감독원을 분리했고, 2011년부터는 금융기관에 대한 제한적 조사권만 보유하고 있다. 지급결제 영역에서도 감독 대신 감시만 할 수 있다.
최근 핀테크와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하고 금융사고 양상 역시 복잡해지면서 금융안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금감원과의 공조 없이 한은 단독으로는 조사나 검사를 실시할 수 없다.
차 의원은 "정보기술 발달과 금융서비스 현대화로 지급결제제도가 복잡해지고 비금융기관도 지급결제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환경 변화에 대응해 감시 기관인 한은의 감시 체계를 강화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주요국은 금융안정 제고를 위해 자금결제 업무에 관한 책무와 지급결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감시 권한을 중앙은행법 또는 별도의 법률로 명시하고 있다.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일부 중앙은행은 지급결제 체제의 운영기관에 대해 매우 강한 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한은 역시 비은행금융기관을 포함한 금융안정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사 및 감독 권한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해 7월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에 출석해 "현재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비은행 금융기관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감독 권한)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과 금융당국 사이 주도권 다툼은 1998년 이후 매 정부마다 이어져왔다. 직전 21대 국회에서도 양경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주영 민주당 의원 등이 지급결제제도 관련 한은의 관리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특히 김 의원은 한은이 현장조사권, 제재 요구권, 위험관리기준 제정권, 점검 및 시정 요구권 등을 갖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라 이번 국회 역시 법 통과까지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어느 정부 때나 조사·감독권 논란이 있었지만 역대 어떤 정부도 해결하지 못했다"며 "이해 충돌이 워낙 첨예해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은 최종 대부자로서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며 "기관 간 영역 다툼으로 보기보다는 국민 경제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어떤 게 더 효율적일지 논의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유관 정부 부처 및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논평했고 금감원 관계자는 "입법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해 섣불리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