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피해 키웠다고 지적된 '콘크리트 둔덕', 전국 곳곳에 있어
2025-01-02 13:57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콘크리트 둔덕’형 착륙 유도 장치(로컬라이저)가 무안공항을 비롯해 여수공항, 광주공항, 포항경주공항 등에 설치돼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수공항 남쪽 활주로에는 높이 4m의 둔덕형 로컬라이저가 세워져 있다. 광주공항에는 높이 약 70cm인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됐다. 포항경주공항에는 콘크리트와 흙으로 만들어진 2m 높이 구조물에 로컬라이저가 세워져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비행장 설계 매뉴얼에 따르면 비행장은 ‘부서지기 쉬움’(Frangibility) 원칙을 따라 지어져야 한다. 국토교통부도 ‘공항 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중량과 높이를 최소로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2015년 4월 일본 히로시마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시속 약 200km로 로컬라이저를 뚫고 지나갔지만, 항공기는 랜딩기어 손상만 입었고, 탑승객은 전원 생존했다. 로컬라이저가 평지에 쉽게 부술 수 있는 형태로 설치됐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 등 국내 대부분 공항에서도 항공기가 로컬라이저를 쉽게 부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주국제공항은 로컬라이저를 철제구조물(H빔) 위에 설치해 비행기가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 흙으로 덮은 높이 2m의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됐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경우 항공기가 동체착륙 중 이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해 폭발하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여러 국내 공항이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한 것에 대해 “둔덕 형태의 지지대를 만든 이유로 과거 여러 공항을 보면 재질이 다 상이하고 설계할 때 여러 가지를 감안해 최적의 방법을 찾은 시공 방침인 것 같다”며 “활주로 높이 이상으로 안 올라가면 제 성능을 발휘 못 해 항상 약간 높게 세워져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