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손준성 검사장 항소심서 무죄... 1심 뒤집혀

2024-12-06 16:49
法 "손 검사장이 메시지 직접 보냈다고 판단 어려워"
손 검사장 "재판부에 경의", 공수처 "상고 검토 할 것"

손준성 검사장.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1부(정재오 최은정 이예슬 부장판사)는 6일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게 "1심에서 문제가 제기된 '손준성 보냄' 표시가 제3자가 보냈을 때도 똑같이 나타난다"며 "손 검사장이 직접 보낸 증거가 되지 않는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고발장 등 전송 수단인 텔레그램 메시지에 표기된 '손준성 보냄'을 근거로 발신자는 손 차장검사가 맞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다르게 본 것이다. 또 고발사주로 2020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및 고발사주 제보자와 같이 선거에 직접 관련된 자들에게 고발장 사진을 전송했다면 선거에 밀접한 당시 상황 속 공정성을 해할 만큼의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공모 없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고발장을 전송했다면 상급자에게 어떠한 의도로 접수했는지 모르고 고발장이 미래통합당 측으로 전달될 것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검찰청 수사정보기획관으로 있으면서 수사정보를 수집하고 검증·관리하는 총괄업무를 하는 지위를 이용해 1, 2차 고발장과 텔레그램 메시지 대상으로 정보수집에 관여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김웅에게 전달했단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준성과 김웅 사이 직간접적으로 연락했다고 인정할 만한 직간접적 증거가 없고 수사처 검사는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추측 내지 단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합리적 증명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손 검사장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판결문을 받아보고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 손 검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무죄 선고를 내려준 재판부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선거대책위 부위원장 조성은씨 제보로 의혹이 불거졌다. 공수처는 조씨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를 바탕으로 고발장과 판결문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손 검사장에서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거쳐 조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봤다. 당시 조씨가 받은 메시지에는 '손준성 보냄'이란 문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검사장은 2020년 4·15 총선 직전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2022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범죄 혐의 등이 담긴 고발장을 입수한 후 전송해 누설하고,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직원들에게 '제보자 X'로 알려진 지모씨의 실명 판결문을 열람·수집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앞서 1심은 손 검사장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