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단 포고령'에 들끓는 의료계…대통령 하야 요구도 고개

2024-12-04 13:53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옮기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료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후 발표된 제1호 포고령에 ‘전공의 48시간 내 본업 복귀’가 포함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수련병원 전공의 대부분은 과거 직장서 사직 처리가 완료된 상태다. 따라서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특정 직역을 처단 대상으로 삼아도 되느냐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하야(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분노와 허탈을 넘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오늘 이후 더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 생명을 최일선에서 지켜온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명시한 것에 대해 깊은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전공의들을 끝까지 악마화할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윤 대통령이 마지막 양심이 있다면 탄핵이 아닌 하야를 통해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뜻도 드러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사직한 의료인은 과거 직장과의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에 해당 항목과 무관하다”며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의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현재 사직 전공의로서 파업 중인 인원은 없다”며 “의사 회원들의 안전 도모와 피해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전날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간 대협 차기 회장 후보자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기호 3번)는 “울고 싶은데 차마 혼자 울지는 못해서 뺨 때려 달라고 애걸복걸한 꼴”이라며 “오늘부로 레임덕은 데드덕이 됐다”고 비판했다. 레임덕은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데드덕은 사실상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기호 2번) 역시 “2025년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국민을 ‘처단한다?’ 처단당해야 할 것은 이런 말을 하는 자”라고 비판했다. 이어 “근거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강행하는 의료개혁을 당장 멈춰야 할 것”이라며 “정상적 판단이 가능한 상황에서 새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기호 5번)도 “다시는 환자 곁을 지키다 정부 의료 농단에 좌절해 자리를 떠난 전공의들에게 처단과 같은 오만한 표현을 쓰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김택우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기호 1번)은 “포고령을 보면서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처럼 취급하는 정부’라고 느꼈다”고 비판했다. 이번 일이 사직전공의 사이에서 정부가 사태 해결 의지가 없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뜻도 전했다.
 
이동욱 후보 경기도의사회장(기호 4번)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엉터리 명령과 계엄군 국회 진입 사건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움이었다”며 “대통령도 용산 경찰도 부디 민심을 살피고 시대착오적인 대국민 탄압과 폭주 기관차를 멈추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