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리는 건설사에…강남권 사업장도 '출혈경쟁'에서 이젠 '무혈입성'

2024-10-22 20:04
강동구 삼익맨숀 재건축, 21일 시공자 수의계약 선정 공고…"2차례 유찰 후 수의계약 전환키로"
건설사 '출혈경쟁' 회피에…송파구·서초구 등 강남권 사업장도 줄줄이 유찰

서울 서초구 일대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근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입지 정비사업마저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얼어붙은 주택 시장과 원가 상승 여파로 건설업체들의 ‘옥석 가리기’ 수주가 한층 심화된 탓이다. 계속되는 유찰에 경쟁입찰보다 불리한 수의계약 방식으로라도 일찌감치 사업에 나서려는 정비 사업장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명일동 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전날 입찰 공고를 통해 시공자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나섰다. 올해 8월과 9월 각각 공사비 5287억원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 공고를 냈지만, 두 차례 모두 대우건설의 단독 입찰로 잇달아 유찰됐다.

현재 768가구 규모의 해당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당초 최대 35층 규모의 1169가구가 예정됐으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내에서 30%포인트 높이도록 한 '정비사업 촉진법'을 염두에 두고 조합이 1350가구 수준으로 가구 수를 늘릴 계획을 잡고 있다. 공사비는 5287억원으로 3.3㎡당 약 860만원 수준이다. 입지면에서 지하철5호선 굽은다리역·명일역 역세권임에도 결국 수의계약 형태로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1차와 2차 모두 유찰이 된 상황으로, 단독입찰에 나선 시공사가 2차례 모두 입찰 확약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연내에 시공사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29조 등은 1차와 2차 입찰이 단독 입찰 등으로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시공사들이 핵심 입지 외에는 수주 자체를 꺼리다 보니 경쟁입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송파구의 한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사업 수주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일부 사업장은 시공사에 입찰참여 확약서를 요구하거나 이를 받아 빠르게 수의계약 전환에 나서는 사업장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시 경쟁입찰보다 공사비 인상 등에서 선택지가 적어 조합이 일방적으로 이를 감수해야 하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수의계약으로 돌리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호황기에는 건설사 간 ‘출혈경쟁’이 이어지던 서울 상급지 내 사업장에서도 수의계약을 통한 건설사들의 ‘무혈입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삼환가락아파트의 경우, 지난 9월 GS건설이 수의계약 형태로 시공사에 선정된 바 있다. 2차에 걸쳐 진행된 입찰에서 DL이앤씨만 단독 응찰하며 사업이 연속 유찰됐기 때문이다. 앞서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조합 역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입찰이 모두 유찰되면서 현대건설과 최종적으로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재건축정비사업 조합 역시 최근 시공자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통보 공문을 현대건설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변에 인접한 입지에 공사비도 1조2000억원이 넘지만 2차례 진행된 입찰에서 현대건설만 연속으로 단독 입찰에 나서면서 수의계약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알짜 대형사업지에 나설 역량이 있는 시공사도 한정적인 데다가 사업성이 있는 곳이더라도 건설사끼리 알아서 출혈경쟁은 피하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보다 경쟁력이 있는 사업장에 집중을 하고, 수주 가능성이 크지 않거나 영업비 등의 출혈이 크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사업 수주에서 발을 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