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이미 승리한 의사들...세금으로 올라간 몸값
2024-10-17 05:00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전공의 집단이탈이 어느덧 6개월을 넘어섰다. 환자도 줄고, 의사도 줄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지방자치단체는 수백억원대 예산을 병원에 쏟아붓고 있다.
남아있는 의사를 달래기 위한 ‘보너스’ 지급에 사용되는 돈이다. 의사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다. 연봉 1억원을 더 준다고해도 수련병원이나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지원하는 의사들은 ‘0’명이다.
16일 서울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이탈이 본격화하고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권역응급의료센터에 투입한 예비비는 246억6000만원에 달한다.
전공의 집단이탈의 가장 큰 부작용은 단기적으로는 응급실 및 수련병원 인력부족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의사들의 몸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세금으로 의사들의 마음을 달랬지만, 내년까지 지자체가 수백억원대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자체가 지급하는 월 50만원의 청년수당을 두고 세금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지적은 해당 제도가 생긴 이후 지금까지도 나온다. 청년에게 지급하는 50만원은 국가를 흔들 수준의 예산낭비지만,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사용하는 5000만원은 ‘큰돈’도 아닌 셈이다.
일각에서는 의대정원 확대로 시작한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에서 이미 의사들이 승리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력부족 사태를 발생시키며 의사들 몸값을 획기적으로 올릴 기회를 얻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집단행동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정부와 지자체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월급날 공제되는 각종 세금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그 세금 중 일부는 의사들의 보너스로 사용되고 있다. 나에겐 너무도 큰돈이지만 큰돈도 아닌 사람을 달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으면 추가 이탈이 있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와 경기도의 입장이다.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은 끝이 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세금으로 보너스를 지급할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