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MBK 1라운드 결과 17일 공개...지분 7%가 승패 가른다

2024-10-14 16:32
14일 MBK 측 고려아연 공개매수 마감...경영권 분쟁 판가름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연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사진=연합뉴스]

수조 원대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14일 1차 변곡점을 맞는다. 시장에선 오는 23일 종료 예정인 고려아연·베인캐피털의 공개 매수까지 경영권 분쟁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약 7%의 고려아연 지분을 먼저 확보하는 측이 승기를 잡을 확률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MBK가 추진하는 고려아연·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가 주식시장 마감 시간에 맞춰 이날 오후 3시 30분 종료됐다.

이번 청약에서 MBK·영풍 측은 최대 302만4881주(14.61%)를 매입하는 게 목표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 측이 우호 지분 등을 합해 33.99%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일가를 포함한 영풍·MBK 측이 33.13%가량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도 고려아연 자사주가 2.4%, 국민연금 보유주는 7.83%, 해외 기관투자자 등이 22%가량이다.

MBK·영풍 측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최소 7%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지분율에 있어 최 회장 측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 최소 매수 예정 수량을 7%로 설정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7% 정도를 추가 확보하면 영풍이 보유한 지분까지 더해 최대주주로서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IB업계에선 △투자자마다 유불리가 갈리는 세금 문제 △영풍이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의 불확실성 △유통주식 수 인식 차에 따른 초과 청약 우려 등을 고려하면 MBK·영풍 측이 최소 한 자릿수 추가 지분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현재 MBK·영풍의 최종 공개매수가는 83만원으로, 고려아연이 제안한 자사주 공개매수가(89만원)보다 낮다. 따라서 MBK·영풍 연합이 목표로 한 최대 수량을 채우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는 내부 집계를 거쳐 17일 공시된다. 일각에선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 결과를 더 빠르게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MBK 측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만약 MBK·영풍이 공개매수를 통해 7% 이상 추가 지분을 확보하면 바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임시주총에 기존 이사 해임과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을 함께 올려 최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을 밀어내고 경영권 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 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데,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 사외이사를 해임하면서 최소 5명 이상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기존 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 공개매수가 끝나도 MBK·영풍과 최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 지분이 비슷하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때에는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인 최 회장을 해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양측이 최대한 우군 확보와 개인·기관 투자자 설득을 시도하며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18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베인캐피털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데 이어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을 중심으로 한 재계 우군을 결집할 전망이다. 이에 고려아연 지분을 약 7%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향후 경영권 향방을 가를 '와일드카드'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반면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전략으로 인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MBK는 영풍과 콜옵션 계약을 맺으면서 공개매수 완료일로부터 2년이 지나거나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 과반을 선임한 날(=경영권을 확보한 날) 중 먼저 도래하는 날에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