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법률적 문제있어" 

2024-12-24 15:58
"집중투표제, 이사 선임 청구 주주제안 효력 없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에서 MBK가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주주환원과 기업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 개선 방안을 이사회 확대 개편 뒤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주주제안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24일 입장문을 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집중투표제 관련 주주제안은 상법상 3%룰을 활용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연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주주제안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법조계 의견을 인용해 "유미개발의 주주제안 중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한 정관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은 유효하더라도,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를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은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미개발은 최 회장 일가가 88% 이상의 지분을 가진 업체로 고려아연의 주주다. 

특히 MBK는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정하는 기한인 이번 달 20일까지 고려아연 측이 유미개발의 주주제안을 숨겼던 것이 법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MBK는 "주주들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다뤄진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주주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주주권 행사도 제약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MBK는 이어 "유미개발을 포함한 최윤범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이 집중투표제 안건의 상정 사실을 미리 숨기고 지분을 매집했으면 다른 투자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중대한 정보를 본인만 인지한 상태에서 거래한 것이 된다"며 "이는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2025년 1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회 이사 수 19명 상한 등의 안건을 다룬다. 안건에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소수 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의 액면 분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사회의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방안과 주주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도 임시주총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이사 수 상한과 관련, 이사회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권고하는 상장 기업의 적정 이사 수 '20명 미만'과 ISS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사 수 상한'을 설정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엔 최소 3명의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고 인원수 상한 규정은 없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신규 이사 선임만 14명을 요구한 상태다.

집중투표제도 관건이다. 상법 제542조의 7에서는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가 집중투표가 배제된 정관을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지 않도록 변경하려는 경우, 3%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분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집중투표제 안건을 투표할 경우 영풍(24.42%)과 MBK(7.82%)는 각각 최대 3%씩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과 우호세력으로 지분이 쪼개져 있는 최 회장 측은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한편, MBK는 고려아연 1대 주주인 영풍과 함께 최 회장에게서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오는 1월 23일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제도 개편 등의 핵심 안건을 두고 최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MBK·영풍은 의결권 기준으로 46.7%의 지분을 갖고 있고 최 회장 측 지분은 39∼40%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