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MBK연합, 비방전 격화…"누가 이기든 경쟁력 악화"

2024-10-10 19:10
계속되는 주가 과열 양상
서로 "상대방이 시장 질서 교란"
금감원, 가짜뉴스 등 시장 감시
분쟁 종식땐 투자자금 회수 등에
재무·신용도 부정적 영향 불가피

 
[그래픽=임이슬 기자]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MBK 연합) 측의 공개매수 경쟁이 서로의 비방으로 '감정싸움'으로 치닫자 금융감독원까지 시장감시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싸움은 누가 이기든 ‘승자의 저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1.68% 상승한 78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정밀은 전일 대비 7.54% 하락한 3만1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장 초반 두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은 각각 2%, 10%대까지 장 중 내림세를 겪었지만 오후 들어 회복됐다.
 
오는 14일이 MBK 연합 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일인데 거래일+2일을 앞두고 오후장 들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가 다시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MBK연합 측인 영풍은 전 거래일 대비 15.45% 상승한 38만8500원에 거래가 종료됐다.
 
이 같은 주가 과열 양상이 계속되자 금감원은 세 회사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관련 풍문 등 우선 시장교란성이 있는지부터 하나씩 볼 것”이라며 “시세조정은 그래프, 주가 거래 내용까지 파악해야 돼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양사가 언론을 통해 서로에 대한 비방을 하고 있는데, 과거 발언부터 모두 사실이 맞는지, 주가에 영향을 준 것은 없는지 등과 관련해 살펴보고 공시 규정은 잘 지켰는지 등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도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장교란보다는 양사의 ‘감정싸움’으로 인한 가짜뉴스에 대한 감시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매수를 하면 양측간의 비방은 난무할 수밖에 없는데, 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역사가 짧으니 더욱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이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한 시장업계 관계자는 “금감원도, 정치권에서도 해당 이슈를 챙기고 있고, 또 사모펀드가 경영권 싸움에 같이 참전해 더 주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려아연과 MBK 연합의 대립은 진행 중이다. 전날 MBK 연합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MBK 연합 측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공개매수를 한다는 공시와 관련해 MBK 연합 측은 배임에 해당한다면서 공개매수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해당 결과는 이르면 21일께 나온다. 

고려아연 측은 성명을 통해 “MBK 연합 측의 발표는 14일까지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라는 유인 메시지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또 다른 시장질서 교란행위”라고 질타했다. 앞서 고려아연도 MBK 연합 측에 “MBK 연합 측의 공개매수는 영풍에 상당 부분 떠넘기도록 돼 있는 구조다"라면서 “콜옵션 계약 구조를 공개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배임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MBK 연합 측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주된 계약 내용은 공개매수 신고에 모두 나와있다”며 “오히려 공개를 해야 한다면, 고려아연 측과 베인캐피탈 크레딧의 계약이다”라고 맞대응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싸움의 결말은 '승자의 저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기평은 “어느 쪽으로 공개매수가 이루어지더라도 공개매수 가격과 최대 취득 예정 지분율을 고려할 때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고려아연 신용도의 근간이 되고 있는 실질적 무차입 상태의 매우 우수한 재무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MBK 연합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다면 “인수금융 이자비용, 곧 차입금 1조9600억원에 대한 연 1100억원을 포함해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한 배당금 규모 확대 가능성 때문에 재무 안정성이 저하될 뿐 아니라 주주 불확실성 관련 리스크도 잔존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려아연이 이겨도 공개매수 규모에 베인캐피탈 투자 금액을 뺀다고 가정하면 최대 2조7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등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기평은 “고려아연이 자기 주식을 목표 수량대로 취득해 소각할 경우 부채 비율이 “2024년 6월 말 기준 36.5%에서 86%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