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심사 재신청···"판단은 美 대선 뒤로"

2024-09-24 13:51
미국 대선 이후로 최종 결정 미뤄져
일본제철 경영진, CFIUS 고위 관계자 만나

US스틸 공장[사진=AP·연합뉴스]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 계획에 대한 심사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재신청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4일 보도했다. 기존 심사 기간은 23일까지였으나 재신청에 따라 심사 기간은 90일 연장된다. 인수 여부를 둘러싼 판단이 미국 대선 이후가 될 공산이 커졌다.

앞서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에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3000억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CFIUS에 심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CFIUS는 올해 8월, 일본제철이 앞서 제출했던 신청서를 검토한 결과 경제 안보상 우려가 있다고 일본제철에 전했다. 인수·합병이 미국내 철강생산을 축소하고 운송·인프라스트럭처·건설·농업 등 국가안보에 중요한 부문에 철강 공급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철강 생산 능력감축으로 인해 관세 인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총괄하는 CFIUS는 외국인의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미국 정치권의 반대도 거셌다. 올 9월 초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안보상의 이유로 인수 중단을 지시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미국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의 이같은 입장 표명의 배경에는 우선 미국의 유명 기업이 외국에 매각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있다. 또 미국 철강 노조인 전미철강노동조합(USW)이 일본제철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크다. 조직표를 염두에 두고 민주당 후보와 공화당 후보 모두가 인수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는 US스틸 공장이 있어 해당 지역사회는 US스틸 매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이번 인수가 실패할 경우 경제적·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국 정부도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인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닛케이는 “일본과 미국 경제계에서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판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면서 “이후 일본제철 경영진이 CFIUS 고위 관계자를 만나 재신청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제철이 CFIUS에 인수 심의를 재신청하는 목적은 대선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11월 5일 대선 이후 결정이 내려지면 USW와 양 진영의 관계가 소원해져 정치적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