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진 증시 변동성에 채권 시장은 '호황'…장기채→단기채로 이동하는 투자자들

2024-09-11 06:00
하반기, 금융채 초단기물 인기 ↑

그래픽=아주경제

고금리 시대를 틈타 30년물 이상 장기채 위주로 순매수하던 개인투자자들이 하반기 들어 1년물 미만인 초단기 채권에 모여들고 있다.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을 떠나 초단기 채권시장에서 금리 수익률을 확보하면서 불확실성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기준 개인투자자는 31조9921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6조3382억원)보다 21% 늘어난 수치다. 반면 외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 73조원을 순매수했지만 올해는 47조원만 사들이며 국내 채권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국채 10조1029억원, 금융채 10조2891억원, 회사채 7조4011억원을 순매수했다. 하반기에 접어들자 약 두 달여 만에 개인투자자는 국채 2조201억원, 금융채 2조5143억원을 사들이고 있다. 상반기 회사채 위주로 돌아가던 채권시장이 금융채로 분위기가 넘어가면서 개인들이 발행량을 소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명실 iM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보다도 초우량물 발행 증가의 중심에는 은행채가 있다”면서 “초반에는 한전채를 중심으로 공사채 발행량 증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은행채 발행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채는 가계 대출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5주 연속 순발행을 기록했다. 9월 스트레스 DSR 시행 이전 증가한 대출 막차 수요와 대기업 위주로 한 대출 증가세로 은행들의 자금 조달을 자극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한 규제 조치에 나서면서 은행채 발행은 상반기 회사채처럼 급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 종류와 상관없이 초단기채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옮겨간 것도 눈에 띈다.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는 1년물 미만의 초단기채 15조6439억원, 1~2년물 단기채 7조7033억원, 10년물 이상 장기채 5조6608억원을 사들였다.
 
올 상반기까지 개인투자자들은 30년물 이상 장기채를 집중 순매수하며 35조원어치의 물량을 소화했다. 이어 10년물도 21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금리 하락 직전 매매 차익을 노리고 막판 매수세를 이어갔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자본시장 내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되자 개인투자자들이 금리 차익보다는 초단기물로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보다 높은 금리차 역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장기물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단기물 위주로 시장 활성화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오전 기준 국고채 1년물은 2.985%, 3년물은 2.876%, 30년물은 2.91%를 기록했다. 순매수세가 급증한 금융채 역시 6개월 3.43%, 1년물 3.30%, 3년물 3.19%, 10년물 3.53%로 6개월물이 만기물 대비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채권 금리가 하락했지만 장단기물이 동시에 빠지면서 금리 역전폭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관건은 한국은행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 조치에 달려 있다"면서 "즉각 인하가 이뤄져야 채권시장 내 역전폭이 해소되고 채권 수익률도 점차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예측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수출지표도 지난해 대비 호전돼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선제적 금리 인하 단행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지표를 보면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지표는 좋은 편이지만 중소기업과 관련된 내수는 안 좋다"면서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중시하지만 금융 안정과 부동산 시장도 신경 쓰고 있어 미국 상황을 지켜본 뒤 한은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단기채 위주로 물량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