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V토론회 승리 조건은…"비난 말고 정책 비판해야"

2024-09-08 14:05
美동부시간 10일 오후 9시 ABC 주관 90분 진행
해리스·트럼프, 마이크 음소거 토론 방식 합의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올해 미국 대선의 승부처가 될 TV토론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비난 대신 정책 비판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10일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 미국 ABC뉴스 주관으로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TV토론회를 갖는다.
 
총 90분 동안 진행되는 토론회는 두 번의 광고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사회는 ABC ‘월드 뉴스 투나잇’ 진행자인 데이비드 뮤어와 ‘뉴스 프라임’의 린지 데이비스 앵커가 맡는다.
 
토론은 서서 진행된다. 펜과 종이, 물병만 들고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소품이나 미리 작성된 메모는 허용되지 않는다. 후보자들은 서로에게 질문 할 수 없다. 토론회 현장 관객도 없다.
 
상대 후보 발언 시간에 마이크를 켜 놓을지 여부를 두고 후보 간 이견이 극심했지만, 결국 음소거에 합의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ABC뉴스에 “전직 검사인 해리스 부통령은 이런 형식(관객이 없고 음소거 마이크를 적용)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이 형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과 직접 충돌하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다. A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전 던지기에서 이겨 연단에 설지, 마무리 발언 순서를 선택할지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은 화면 오른쪽으로 연단 위치를 선택했다.
 
답변에 2분 반박에 2분, 후속 질문과 반박에 대한 답변 및 해명에 1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마무리 발언은 2분이다. 두 후보가 토론 무대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대선 전 양측이 합의한 유일한 토론이다.
 
트럼프 측근들 “TV토론회는 지지회복 기회…정책 초점 맞춰야”
이번 대선을 '검사 대 범죄자' 구도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토론회에서 강경한 자세로 나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튜 레벤더스키 펜실베이니아대학 정치학 교수는 불과 7주 전에야 공식 대선 일정을 개시한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토론회를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벤더스키 교수는 "그(해리스)는 강경한 자세로 트럼프를 압박하면서, 그가 트럼프를 물리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던 첫번째 토론회와는 달리 이번 토론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상당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토론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입지를 굳히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도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개인적인 문제로 얽힐 경우 대선에서 입지를 굳히는 기회를 망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공화당 관계자들과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들은 몇 주간 해리스의 정책 기록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촉구했다”며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신호를 계속 발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화당 내 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지금까지 그랬던 바와 같이 비난 일변도의 자세로 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화당의 전략가인 트리샤 맥러플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너에 몰렸다고 느끼고 해리스를 포함해 ABC의 데이비드 뮤어, 린지 데이비스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느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절제력을 가질 수 있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근 중 한 명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후보들이 모욕을 주고받는 날은 해리스에게 유리한 날”이라며 “그날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실패를 방어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백악관으로 가는 길은 활발한 정책 토론을 통해 열리며, 모욕을 주고받는 것으로는 열리지 않는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