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비(非) 아파트 시장] '안갯속' 비아파트 정상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파격 혜택 줘야"
2024-08-20 18:22
정부가 8·8 부동산 대책을 통해 비(非)아파트 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비아파트 공급과 수요를 확대해 아파트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8·8 대책’에 담긴 비아파트 활성화 정책이 일부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 더욱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이번 ‘8·8 대책’ 내 비아파트 정상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상당수 전문가들이 아파트로 집중되던 주택 수요를 일부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단기적으로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내년까지 2년간 수도권 신축 비아파트를 11만가구 이상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 신축 소형주택을 매입할 때 취득세·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산정 시 한시적으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전용 85㎡ 이하, 수도권은 공시가격 5억원 이하(지방 3억원 이하) 요건을 충족한 비아파트를 구매하더라도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냉각된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 재개발 예정구역 빌라나 다세대·다가구 주택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단기 공급 효과를 낼 수 있고, 도심 비아파트 전세 시장에 추가 공급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임대차 수요가 많은 지역 위주로 신축 매입 수요를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비아파트 시장이 회복되기에는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비아파트 시장이 다시 살아나려면 결국 수요가 살아나 공급 주체를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현재 시장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으로는 수요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비아파트 주택 구입자가 아파트로 이주하려고 해도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고 아파트로 옮겨가야 하는데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며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으로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정부가 한시적인 혜택을 주더라도 빌라 매매에 나서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살리기 위해선 △비아파트 보유 주택 수 산정 개선 △합리적인 주택가격 산정 기준 마련 등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파격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기존에 지은 빌라 등에도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며 "현행 주택 수 제외 요건을 없애고,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추가 세제 혜택 등 규제를 풀어 임차 시장에서 비아파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빌라 전세시장 회복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세사기 여파로 임대차 시장이 무너진 영향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현재 비아파트 시장과 관련해 근본적 문제는 전세시장이 무너지며 수요와 공급이 모두 꽉 막혀버린 것"이라며 "결국 전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 또는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