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파트 시장 기지개...외면받던 빌라 매매 거래량·가격 고개 들었다

2024-10-15 18:11
서울 빌라 8월 거래 3000건 돌파…2년 1개월 만
매매가격도 2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 기록
지난달 빌라 경매 낙찰가율 82%…연중 최고

서울 지역 빌라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전세 사기 여파와 높은 아파트 선호도에 밀려 외면받았던 서울 빌라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연초 월 2000건을 밑돌던 빌라 매매거래는 8월 들어 3000건을 넘어섰다. 거래가격도 2년 만에 최대 수준까지 올랐다. 비아파트 혜택을 강화한 부동산 대책의 영향과 함께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부담이 커진 수요자들이 빌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동산 비수기로 불리는 8월 한 달간(신고일 기준) 서울에서 이뤄진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거래는 총 3115건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빌라 거래가 3000건 이상 이뤄진 것은 2022년 7월(3416건)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올해 2월(1951건)과 비교하면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빌라 매매가격도 상승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연립주택 매매 평균가격은 올해 들어 지난 2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9월엔 3억3706만원까지 올랐다. 

지난 2022년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이후 ‘빌라 포비아(빌라 공포증)’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됐다. 그러나 10월 첫째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각각 29주, 73주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대출 규제도 강화된 데다 빌라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빌라 거래량과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것으로 관측된다. 

비아파트 거래 활성화와 재건축·재개발 촉진 방안을 담은 8·8 부동산 대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대책에는 올해 12월부터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 이하 수도권 빌라 1채 보유자도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받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기존에 전용 60㎡ 이하, 공시가격 1억6000만원 이하 소형 비아파트 소유자만 무주택자로 인정하던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빌라 매입 확대 정책과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빌라로 수요가 몰리면서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경매 시장에서도 빌라 매수 심리 회복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와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 빌라의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2.0%로 전달의 74.3%보다 7.7%포인트(p)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깡통 전세와 전세사기 여파로 한동안 수요자의 외면을 받았던 빌라 경매 시장이 정부의 비아파트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