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집배원, 한밤중 진주역 헤매던 90대 참전용사 구해
2024-08-06 14:33
국민신문고 칭찬 민원에 구호 사연 올라와
무사히 가족에 인계…"누구나 도왔을 것"
무사히 가족에 인계…"누구나 도왔을 것"
우체국 집배원이 한밤중 길거리를 헤매던 90대 참전용사를 가족 품으로 인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령의 참전용사를 도운 이는 산청우체국 소속 단성우체국 정세영 주무관. 그는 선행이 알려진 뒤에도 "누구나 그런 상황이면 도왔을 것"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6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국민신문고에는 '칭찬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칭찬 민원이 올라왔다. 칭찬 글을 작성한 사람은 6·25전쟁과 월남전에서 해병 신분으로 참전한 국가유공자 이창수옹의 딸 이정실씨다.
이씨는 "서울에 사시는 저의 아버지께서 딸인 저의 집(경남 사천)으로 오셨다가 병원 입원 중 갑자기 사라지셨다"며 "가족들은 사천 시내를 돌며 아버지를 찾아 나섰지만 찾을 수 없었는데, 다행히 친절한 집배원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고 글을 적었다.
이옹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서울에 가야 한다"며 곧장 택시를 탔다. 이후 경남 진주역 인근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 좀 도와달라, 경찰서에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2시간가량 진주역 인근을 방황했다.
당시 가족과 함께 인근을 산책 중이던 정씨는 맨발에 슬러퍼를 착용한 이옹의 복장과 행동에 이상함을 눈치했다. 평소 '국가유공자 제복 배송'으로 국가유공자에 관심과 존경심이 높았던 그는 이옹에게 다가가 "할아버지 집이 어디세요? 핸드폰 주시면 제가 가족과 연락해드리겠다"며 안심시킨 뒤 온몸이 땀으로 젖은 이옹을 카페에 모셨다. 이후 계속 안정시키며 가족이 올 때까지 보살폈다.
뒤늦게 선행이 알려진 정씨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맨발에 슬리퍼를 착용하고 온몸에 땀이 젖은 노인이 안타까웠다"며 "(제가) 부사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평소 군인에 관심이 높았고, 노인이 쓴 모자가 국가유공자가 착용하는 것이어서 눈에 띄어 가족을 꼭 찾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그런 상황이면 노인을 도왔을 것"이라며 사연이 알려져 쑥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