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인텔, 주가 26% 폭락…50년 만에 최대 낙폭

2024-08-03 11:39
주가 2013년 이후 최저
20달러 선도 위협·시총 1000억 달러 하회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의 '컴퓨텍스 2024'에서 인공지능(AI) 가속기 아키텍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인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주가가 2일(현지시간) 무려 26.05% 급락해 50년 만의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전날 부진한 2분기 실적을 공개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밝힌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6.05% 폭락한 21.48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폭은 인텔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 3년 후인 지난 1974년 31% 폭락한 이후 50년 만에 최대치다. 주가는 종가 기준 2013년 4월 이후 11년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918억 달러(약 125조원)를 기록하며 1000억 달러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 시총(3875억 달러)의 4분의1 수준이다. 이날 주가는 한때 20.42달러까지 떨어지며 20달러 선까지 위협받기도 했다.

인텔은 2분기(4∼6월) 128억3000만 달러의 매출과 주당 0.02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129억4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주당 순이익도 전망치 0.10달러를 밑돌았다.

3분기에는 125억∼135억 달러 매출에 주당 0.03달러의 조정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인텔은 예상했는데 이 역시 매출 143억5000만 달러에 주당 0.31센트의 순이익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인텔은 이에 100억 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 이상을 감원하는가 하면 4분기에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한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던 인텔은 반도체 '메이드 인 USA' 정책으로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반도체 왕국' 재건에 나섰지만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스테이스 라스곤은 "우리가 볼 때 인텔이 당면한 문제는 이제 기업의 존재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approaching the existential)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