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후폭풍] 환불 속도 낸다…미정산 문제는 제자리걸음

2024-07-28 14:44
간편결제 업계, 티몬·위메프 환불 과정 지원
환불까지 3~5일···이번 주내 환불 이뤄질 듯
판매자 정산금 지연은 숙제···줄도산 우려도
사태 키운 구영배 대표는 여전히 두문불출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 찢겨진 티몬 캐릭터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환불 대란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간편결제 업계가 환불·결제 취소 지원에 나서면서 소비자 환불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거액의 정산금을 물린 판매자(셀러) 피해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최악의 경우 기약 없이 정산금 지급만을 기다리는 판매자들의 연쇄 부도 가능성까지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이날 오전 기준 주문 600건을 취소하고 환불 절차에 돌입했다. 또 지난 26일부터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협조를 얻어 도서문화상품권 선주문 건 2만4600건을 취소 처리했다.

취소액은 KG이니시스 약 26억원, 나이스페이먼츠 약 42억원, KCP와 KICC(한국정보통신) 약 40억원 등 총 108억원이다.

위메프도 현장과 온라인 접수 양방향으로 이날 오전까지 3500건의 환불 절차를 완료해 티몬·위메프 소비자 환불 건수는 총 2만9000건에 다다랐다. 금융당국 협조 요청에 간편결제사들과 PG사들이 티몬·위메프 결제 건 취소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소비자 환불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문 취소 후 실제 환불까지 최대 5일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소비자 환불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 빌딩에서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피해자들과 대화를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소비자 환불 문제가 차츰 실마리를 찾는 모양새지만, 판매자(셀러) 정산금 지연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업계에서는 제때 정산 받지 못한 소상공인이 대출금을 못 갚아 연쇄 도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티몬·위메프로부터 결제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에게서 접수된 민원을 분석한 결과 60개 업체가 약 83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세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한 한 업체 대표는 "티몬·위메프 사태로 급여와 은행 이자를 못 내 제 인생과 직원 40명의 꿈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A업체 대표가 밝힌 미정산 금액은 약 20억원이다.

티몬·위메프 모기업 큐텐은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통해 5000만 달러(약 700억원)를 오는 8월에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시는 큐텐이 지난 2월 23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하지만 미정산금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금액은 지난 22일 기준 위메프 195개사·티몬 750개사 각각 565억원, 1097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 5월 판매대금 미정산금만 산정한 것으로, 6∼7월 미정산분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지난 27일 피해자들에게 중국에 있는 큐텐 자금 약 600억원을 담보로 대출해보려고 한다는 취지의 답변도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권 본부장은 취재진이 '600억원 지원설'을 재차 묻자 "들은 적이 있다고 말씀드린 거다.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런 상황에서도 티몬·위메프 사태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큐텐 측 이야기를) 아예 신뢰할 수 없다"며 "신뢰가 생기려면 진작에 구 대표가 나타났어야 하는데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