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동통신사 '신사업 잔혹사', AI 시대에는 끊어내야

2024-07-26 06:00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업계를 취재하다가 통신업계를 살피면서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통신사에서 이런 플랫폼도 만들었구나"였다. 통신사들이 만든 B2B·B2C 플랫폼은 심지어 전문 플랫폼 기업보다도 더욱 많았다. K팝,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게임 등 종류도 다양했다.

하지만 분명 많은 플랫폼이 서비스되고 있음에도 통신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는 그 존재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망하거나 흥행했던 사업 분야에는 빠지지 않고 손을 뻗었지만,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서비스를 알리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소리소문 없이 서비스를 종료한 사례도 허다했다.

통신사들이 이번에는 인공지능(AI)을 일제히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모두가 'AI 기업'을 선언했고 AI를 대체 불가능한 미래 경쟁력으로 점찍었다. 대표들도 공식 석상에서 빠지지 않고 AI의 미래에 대해 논한다. 실제 이들 모두 자체적으로 생성 AI를 개발했고 이를 자사 서비스에 접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도 하고 AI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기업들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공통적으로 AI를 발판으로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통신 분야에서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그간의 행보를 보면 통신사가 AI로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얼마 전 만난 한 소프트웨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들의 AI 적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통신사들이 통신 품질 향상이나 다양한 고객 서비스 등에 AI를 활발하게 접목하고 있고 이는 당연한 흐름이지만, AI 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으며 이들이 AI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점에서였다. 그는 통신사들이 수년 전 빅데이터·클라우드 사업에 연이어 진출했다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종료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역시나 통신사들이 신사업에 잇따라 손을 뻗었으나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짚은 셈이다.

AI, 특히 생성 AI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특히 생성 AI를 활용한 '킬러 서비스'를 잘 만들어 B2B든 B2C든 수요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면 유망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모두가 그것을 알기 때문에 생성 AI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단순히 "이거 유망하다는데 우리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시장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

통신사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앤스로픽 등 생성 AI를 선도하는 기업들과 발빠르게 손잡고, 조직 내 AI 사업분야를 강화하는 등 나름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이어졌던 통신사들의 '신사업 잔혹사'를 AI 시대에는 끊어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