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테마주' 낙인 찍힌 코스닥, 이젠 오명을 벗을 때

2024-08-23 06:00

한국거래소 증시 현황판. [사진=장수영 기자]

"국장에서는 코스피 대기업 위주로 하고 코스닥은 테마주로 접근해야 속 편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을 이렇게 평가한다. '벤처기업의 로망' 코스닥은 어쩌다 테마주, 잡주만 가득한 시장이 됐을까.

올해 코스닥시장은 출범한 지 28년을 맞았다. 주가지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18년 1월 정부는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지수는 913.46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결국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018년을 675.65로 마감했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2021년 7월 1047선까지 오른 뒤 현재는 700~8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들어선 전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수익률이 '꼴찌' 수준이다. 주가 수준은 과거와 비슷한데 주가수익비율(PER)은 100배에 가깝다.

상장종목 수는 코스피 958개, 코스닥은 1751개로 2배 가까이 많지만 시가총액은 2212조원, 381조원으로 6배가량 차이 난다. 우량기업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2018년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 문턱은 대폭 낮췄지만 부실기업 퇴출은 제때 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주당 가격이 낮아 시세 조종의 타깃이 되기 쉬운 동전주도 적지 않다. 주가가 1000원보다 싼 동전주는 총 159개 종목으로 전체 중 9%가량을 차지한다. 또 이 중 50개 종목은 관리종목,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생긴 과도한 거품, 한계에 다다랐지만 상장폐지만 피하며 연명하는 '좀비기업' 등이 코스닥시장 성장을 좀먹고 있다. 자금 조달에 성공해 성장한 코스닥 기업들은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간다. 상대적으로 돈이 시장에 들어오지 않으니 유가증권시장으로 짐을 싼다.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우량한 기업도 적어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관심 밖이기도 하다. 그만큼 개인 매매거래가 많아 거래 회전율과 변동성도 높다. 코스닥시장이 테마주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부실기업 퇴출과 높은 변동성을 낮출 외국인과 기관의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시장 운영 주체인 한국거래소도 코스닥시장 개선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신규 상장 대비 낮은 상장폐지 비율을 지적하고 좀비기업 퇴출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중이다. 테마주 시장으로 낙인찍힌 코스닥시장이 출범 30주년을 양적·질적으로 개선된 환경에서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