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연 단위 총량제, 분기 단위로 바꿔야"

2024-07-24 06:00
연25% 한도지만 분기별30% 빈번
소비자 선택권 좁아져 취지 퇴색

[그래픽=아주경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증하며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지만 연 단위로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펀드 선택권 보장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전체 펀드 판매액 중 25%를 초과한 판매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은행, 신한은행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 판매 비율은 지난 1분기 32%, 2분기 28%로 집계됐다.

수치로 보면 올해 3월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펀드 신규 판매 금액인 5915억원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를 1890억원어치 팔았다. 2분기에는 1조3533억원 중 3912억원이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였다.

올해 1분기 하나은행의 하나자산운용펀드 판매액은 4227억원으로 전체 1조653억원 중 39%를 기록했다. 6월에는 1조3889억원 가운데 2158억원으로 24% 수준으로 낮아졌다. 

신한은행 역시 1분기 신한자산운용 펀드 판매액은 829억원(전체 신규 펀드 판매액 4238억원)으로 19% 수준이었지만 2분기 3098억원(전체 1조1694억원)으로 증가하면서 판매 비중은 26%를 기록하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성 상품 판매액을 제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펀드 판매액 중 계열사들이 판매한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2013년 계열사(지분율 30%) 또는 계열사에 준하는 회사 펀드 판매의 쏠림 방지 및 펀드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 권익 강화, 국내 펀드 산업의 경쟁력 제고 목적으로 계열 운용사 펀드에 대한 판매 한도 제한 규제를 실시했다. 

시행 초기 상한 비율이 50%에서 2018년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2022년 25%로 강화됐다. 판매 한도 기준은 연간으로 집계된다. 따라서 상반기 총량 규제를 넘어서는 물량을 계열사를 통해 팔아도 하반기에만 숫자를 맞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반 과태료 역시 최대 5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벌금을 내고 영업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더러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펀드 순자산총액이 103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말 대비 59조9000억원(6.2%) 증가하는 등 펀드 시장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규제 도입 목적이 계열사에 회사 펀드 판매의 쏠림을 방지하는 한편 펀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데 있어 연 단위 총량 규제가 아닌 분기별 총량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규제 강화 이후로 업계 순응도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열사 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 일부 판매사들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촘촘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