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력 수요 급증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발전 용량이 현재보다 2.5배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도 15년 만에 원전 수출 쾌거를 이룬 여세를 몰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럽 등 선진 시장은 가격 경쟁력, 신흥국 시장은 앞선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투 트랙'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으로 구성된 특사단을 체코에 파견했다. 체코가 추진 중인 원전 건설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원전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이후 15년 만이다. 

특사단은 페트로 피알라 총리, 요제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 등을 접견하고 정부 간 핫라인 구축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약진과 4차 산업혁명 도래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으로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원전이 다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달 기준 세계 곳곳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총 416기(374GW)로 전체 사용 전력 중 약 10%를 담당하고 있다. 원전 업계는 2050년까지 원전 규모가 916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원자력기구(NEA)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1160GW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는 35년 만에 원전 건설을 재추진 중이고 프랑스는 2040년까지 최대 14기를 더 짓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미국·프랑스·영국 등 22개국은 원전 설비 용량을 2050년까지 기존 대비 3배로 늘리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기류에 편승해 원전 수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체코 원전 수출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선진 시장을 상대로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활용할 만하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원전은 경쟁국 대비 낮은 건설비와 예산 내 적기 공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공적금융기관 등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용이하다는 강점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원전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는 러시아·중국 등과 경쟁할 것에 대비한 기술력 강화도 중요하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와 중국의 세계 원전 시장 점유율은 각각 52.6%와 9.2%에 달한다. 특히 러시아는 원전 건설부터 사용 후 원료 회수까지 전 사이클을 책임지는 '패키지' 방식으로 수주전에 임하고 있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는 "기술 면에서 우리나라가 러시아나 중국보다 우위에 있어 이를 강조해야 한다"며 "원전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재정적 보증이 필요하다. 패키지 방식 수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