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책무구조도 도입 인센티브…금융사는 '조기 도입 시큰둥'

2024-07-11 16:27
금감원, 금융사에 컨설팅‧책임감면 등 인센티브
"조기 도입시 면책은 당연…아직 시간 더 필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아주경제DB]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도입하는 금융사에 컨설팅‧책임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인센티브 내용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아,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도입하는 금융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조기 도입‧운영할 수 있도록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주고 시범운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시범운영을 희망하는 금융회사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31일까지 금감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된다. 책무구조도 제출 시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시범운영이 진행된다. 10월 31일 이후 책무구조도를 낸 금융사는 시범운영에 참여할 수 없다. 
 
지난 3일 시행된 개정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도입해야 하는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는 내년 1월 2일까지만 제출을 마치면 된다. 금융회사 대표이사와 임원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이후부터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생기며 의무를 위반한 임원은 제재를 받게 된다.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서둘러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당국은 금융사의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위해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인센티브 내용은 책무구조도에 대한 컨설팅 진행과 시범운영기간 중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완벽하지 않아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하지 않으면 아예 관리 의무가 생기지 않는 것에 비해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인센티브다. 서둘러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하는 금융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리 매력적인 인센티브는 아니다”라며 “대표이사와 임원이 제재를 받을 수 있어 민감한 사항이다. 먼저 도입했다가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어, 도입을 서두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기엔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도 있었다. 제재가 면책되더라도 제출 후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금융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준비를 서둘렀지만, 은행들은 최종적으로는 내년 1월 2일 제출에 맞춰서 일정을 조정해 왔다”며 “추후 시범운영에 신청하더라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