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이제 왕'…美 대법원 "트럼프 공적행위 완전 면책"

2024-07-02 08:07
대선 뒤집기 시도 관련 사적행위만 기소해야
트럼프, 사법리스크 부담 덜어
진보 성향 대법관들 "대통령 법 위에 군림하는 왕"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행위는 형사 기소의 면제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오로지 사적인 행위에 대해서만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6대3으로 이처럼 판단한 후 대선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면책 여부 판단을 하급심 재판부에 넘겼다. 보수성향 대법관 6명과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의 견해가 완전히 갈렸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와 관련한 재판은 11월 대선 전에 열릴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졌다. 대법원은 2일부터 하계 휴정기를 가진 후 10월 첫째 주에 재개정하는 데다가,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항고할 가능성이 커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법무부 장관에 공소 취하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존 로버츠 대법관은 (대통령이 기소의 위협이 없도록) "두려움 없이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결이 나온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한 큰 승리다. 미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환영했다.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4개 범주 가운데 법무부 당국자들과 대선 후 진행한 논의에 대해서는 면책이 적용된다고 봤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할 것을 압박한 점,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한 행동 등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 적용 사안인지 여부를 하급 법원이 판단할 것을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판결은 18세기 건국 이래 대법원이 전직 대통령을 어떤 경우에도 형사고발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선언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며 “다수를 기록한 보수성향 대법관 중에는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 3명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로 '대통령이 왕이 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케탄지 브라운 잭슨 등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이번 판결이 사실상 대통령 주변을 무법지대로 만든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그가 어떤 식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든, 다수결의 논리에 따르면 그는 이제 형사기소에서 제외된다. 미 해군에 정치 라이벌을 암살하라고 명령해도? 면책,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쿠데타를 조직해도? 면책, 사면의 대가로 뇌물을 받아도? 면책, 면책, 면책, 면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권력을 행사할 때마다 대통령은 이제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다”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선캠프는 성명을 내고 "오늘 판결로 달라지는 사실은 없다"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선거에서 진 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폭도들을 부추겼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는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위해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