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되나 했더니…'트럼프·탄핵'에 지역경제 다시 침체로

2024-12-23 16:26
올해 반도체 기업 몰린 수도권 수출 43.6% '역대 최대'
석유화학·철강·이차전지 중심 호남권·대경권은 '마이너스'
내년 국내 정치·트럼프 출범으로 하방 리스크 증대
수출기업 셋 중 하나 "수출 감소" 예상…中 경쟁 심화 우려

[연합뉴스]
올해 수출 호황으로 소폭 개선세를 보이던 지역경제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 정치 상황과 글로벌 통상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수출기업 셋 중 하나는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반도체 기업이 몰려 있는 수도권은 올해도 전체 수출 중 40%를 넘기며 역대 최고 수준을 차지했는데 내년에도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지역경제는 제조업 및 서비스업 생산이 모두 보합세를 나타내며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11월까지 전국 기준으로 수출이 통관 기준 8.3% 증가하며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지역별로는 차이가 극심했다.

전체 수출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3.6%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어 동남권(22%), 충청권(18%), 호남권(10%), 대경권(7%) 순이다.

수도권 수출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동남권은 선박 호조에 화공품, 무기류 수출이 가세하면서 4.4% 늘었다. 충청권은 수도권 다음으로 증가율(10.4%)이 높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8.3%나 줄었다.

반면 호남권은 선박을 제외한 주력 품목인 석유화학·제품, 철강 등 수출이 모두 줄어 4.6% 감소했다. 대경권(-5.9%)은 화공품·이차전지 소재, 철강 수출 감소로 5개 권역 중 가장 부진했다.

한은은 내년에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국내 정치 상황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지역경제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9∼30일 2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수출 규모 상위 20%에 해당하는 기업(40개) 중 32.5%가 내년 수출 감소를 전망했다. 감소율별 전망 비율은 10% 이상이 2.5%, 5∼10%는 10%, 0∼5%는 20%로 집계됐다. 나머지 67.5%는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다만 올해 대비 내년 수출 증가율 변화와 관련한 질문에는 42.5%가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중국의 과잉생산과 저가 수출에 따른 경쟁 심화를 가장 우려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에 대해 이차전지, 기계류, 철강 업종을 중심으로 이미 국내 업체와 비슷(33.3%)하거나 우려스러운 수준(49.7%)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해 보편관세와 대중 관세에 대해서는 업종별·기업별로 인식이 상이했다. 

정희완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 과장은 "수도권 기업들이 여타 지역에 비해 내년과 중기적 수출 전망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었고 대중국 경쟁 심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통상정책 변화 등 부정적 여건에 대해서도 우려가 덜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중국과 가격 및 기술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도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구개발 등을 통해 중국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