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로드] 아픈 청소년들···자해환자 10년 사이 2배 '쑥'

2024-06-26 17:30
의도적 자해·중독…여성·젊은층 다수
질병청 "생애주기별 예방관리 필요"

2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청소년의 의도성 자해 환자 퇴원율은 2012년에는 28명에서 10년 사이 2.3배 증가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간 입원한 환자가 74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이 중 청소년 자해환자가 지속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도적으로 자해를 했다가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는 지난 10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여성이나 젊은 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방역대책 시행 등으로 사회적 고립과 커진 코로나19 시기 급격히 늘어났다.

26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2년 퇴원손상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입원환자는 740만2655명이었으며 이 중 손상환자가 114만2195명(15.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암(11.7%), 소화계통 질환(11.3%), 순환계통 질환(8.9%), 근골격계통 질환(8.2%), 비뇨생식계 질환과 호흡기 질환(6%), 특정 감염성 질환(4.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의 의도성 자해 환자 퇴원율은 2012년에는 28명에서 10년 사이 2.3배가량(128.6% 증가) 높아졌다. 시기별로 보면 2020년 48명, 2021년 57명, 2022년 64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별로 나눠 환산했을 때 2022년 기준 여자 청소년이 남자 청소년보다 의도성 자해 환자 비율이 3.2배 높았다.

중독 환자 중 비의도성 중독은 남자가 38%로 여자 24.6%보다 많은 반면 의도성 자해 중독은 여자가 72.9%로 남자 59.9%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의도적 중독 환자는 66.8%인데 15~24세가 89.4%로 다른 연령 중 가장 높았다. 중독 물질은 신경정신작용약물(45.1%), 살충제·제초제(19.7%), 진통해열·항류마티스제(9.7%) 순이었다.

질병청은 “손상이 연령별 특성에 따라 낙상·중독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생애주기별 손상예방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26일 질병청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의도성 자해 환자 퇴원율을 성별로 나눠 환산했을 때 2022년 기준 여자 청소년이 남자 청소년보다 의도성 자해 환자의 비율이 3.2배로 높았다. [자료=질병관리청]
 
청소년의 고립·은둔, 폭력 영향 크다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이 청소년의 고립·은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상담원이 지난해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을 위한 기초조사’를 실시한 결과, 65%가 고립·은둔의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학교폭력 등을 경험해서’라고 대답했다. 52.9%는 가족 갈등, 가정폭력, 부모의 이혼 등 가정문제로 인한 돌봄의 부재와 양육 태만을 꼽았다. 또 상담자 중 36.4%는 부모의 과잉통제·과잉 보호 등 양육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청소년의 고립·은둔 이전 경험을 묻는 말에는 ‘학교·동네에서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이 65.7%로 가장 높았다. 또 ‘부모님이 때리거나 꾸짖고 모욕했던 경험’이 46.4%로 뒤를 이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목격한 경험’도 43.6%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전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종사자 중 고립·은둔 청소년 상담 경험이 있는 140명의 상담자였다.

청소년상담원은 “현재 청년실업·고립 등 청년 연령에 초점을 두고 정책 지원이 추진되고 있지만 많은 연구에서 고립·은둔은 청소년기에 시작한다고 분석한다”며 “청소년 시기에 적절한 발달과업을 완수하지 못하면 성인기까지 고립·은둔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