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골프史] 불굴의 의지로 태양을 따라간 벤 호건
2024-06-26 06:00
최경주는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양희영은 두 번째 최고령 메이저 우승 기록이다. 40세에 메이저를 제패한 앤절라 스탠퍼드를 따른다.
한국 선수는 지금까지 35회 메이저 우승컵을 들었다. 이 중 30대는 양희영이 유일하다.
두 선수는 할 수 있다는 정신력으로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그렇다면 골프 역사 중 정신력으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선수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미국의 벤 호건이다. 호건은 1912년 미국 텍사스주 스티븐빌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골프장에서 캐디를 하며 프로골퍼가 되는 꿈을 키웠다.
프로골퍼로 전향한 것은 1930년이다. 이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64승(역대 4위)을 쌓았다. 이 중 메이저 우승은 9승이다.
호건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사고다.
호건은 승승장구하던 1943년 군에 입대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2년 뒤 살아서 돌아온 그는 투어에서 우승 행진을 했다.
아내(발레리)와 차를 타고 대회에 출전했다.
1949년 2월, 호건은 피닉스 오픈 연장전 패배 이후 집이 있는 포트워스로 차를 몰았다.
짙은 안개 속에서 버스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충돌 직전 운전하던 호건은 발레리에게 몸을 날렸다. 아내를 지키기 위해서다.
호건은 이 행동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36세의 나이에 골절상과 혈전을 앓게 됐다. 당시 의사는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의 말은 틀렸다. 호건은 재활을 통해 1950년 로스앤젤레스 오픈에 출전했다.
그 대회에서 샘 스니드와의 연장 대결 끝에 패배했다. 호건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그해 남자골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 오픈에서 우승했다.
정신력으로 들어 올린 메이저 우승컵이다.
우승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1951년에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 오픈 우승을, 1953년에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트리플 크라운'은 한 해에 메이저 3개 대회에서 우승해 붙은 말이다. 마스터스, US 오픈,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호건은 PGA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았다. 당시 PGA 챔피언십은 매치 플레이였다. 호건은 최저타로 우승자를 가리는 스트로크 방식을 선호했다.
호건의 이야기는 1951년 20세기 폭스사가 제작해 개봉한 '태양을 따라가라(Follow the Sun)'를 통해 영화화됐다.
영화 속에서는 골프 기자들이 호건을 초대해 그의 정신력을 기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미국골프기자협회(GWAA)는 매년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시상식을 진행한다.
상 중 하나는 벤 호건 어워드다. 벤 호건 어워드는 호건처럼 부상이나 장애를 딛고 복귀한 선수에게 준다.
지난 4월 시상식에서는 미국의 게리 우들랜드가 이 상을 받았다. 뇌종양에 걸린 우들랜드는 개두술 이후 투어에 복귀했다. 우들랜드는 눈물을 흘리며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더 이상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현재 호건처럼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다. 우즈는 2021년 2월 차 전복 사고가 났다. 이후 크고 작은 수술을 거쳐 메이저 대회에 출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