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골프史] 한국 향한 그리움 담아… 日 골프장에 우뚝 선 '다보탑'
2024-10-16 06:00
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 나라현 고마 컨트리클럽에 모형 세워
불국사는 535년(법흥왕 22년)에 창건됐다. 탑이 세워진 것은 통일신라 시대였던 751년(경덕왕 10년)이다. 당시 재상인 김대성이 발원해 세웠다.
이 탑은 높이 10.29m에 기단 폭이 4.4m다. 팔각 모양이 특징이고, 기단에는 사자상이 4개 있었다. 현재는 1개만 남아 있고 나머지 3개는 사라졌다.
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20호로 지정된 다보탑 모형이 일본의 한 골프장에 우뚝 서 있다. 바로 일본 나라현 고마 컨트리클럽이다.
우리말로 고려(高麗)를 뜻하는 '고마' 컨트리클럽을 세운 사람은 바로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이다. 고인은 모국을 그리워하며 이 골프장을 만들었다.
탑 모형은 골프장 초입에서 내장객을 반긴다. 모형 아래에는 '한국에서 지정한 보물'이라는 정보를 영어로 담았다.
불국사에 있는 다보탑은 사자상 3개가 사라졌지만 모형에는 사자상이 남아 있다.
모국을 향한 그리움은 모형 탑을 세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골프장 6번 홀과 14번 홀에 자리한 그늘집은 팔각정이다. 한 팔각정 근처에는 골프장을 상징하는 소나무도 서 있다. 고인은 소나무를 바라보며 모국을 생각했다고 한다.
이 골프장에서는 오키나와 출신 일본인 주방장이 선보이는 한식(곰탕, 냉면, 육개장, 비빔밥, 멸치볶음 등)을 맛볼 수 있다. 완벽한 한식을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 2년간 연수했다.
1993년부터 골프장 총괄을 맡았던 다이라 고키 서일본개발주식회사 총지배인은 "고인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만든 골프장이다. 그래서 골프장 상징도 무궁화다. 일본 사람들이 방문하면 '한국은 이런 느낌일 것 같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1981년부터 골프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을 개최했다. 올해로 40회를 맞았다. 38회였던 2022년에는 고마 컨트리클럽에서 대회를 개최했다. 일본 첫 개최였다. 당시 대회는 추석 연휴인 9월 초에 진행됐다. 현장에는 이례적으로 차례상이 차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