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골프史] 89세에도 발차기 멈추지 않는 프로골퍼
2024-11-27 06:00
168㎝에 68㎏, 검은색 상의와 하의 그리고 검은색 모자를 쓴 노인은 티잉 구역에서 단단하게 티샷을 한 뒤 호쾌한 발차기를 선보였다.
최근 89세가 된 노인의 이름은 게리 플레이어. 플레이어는 1935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났다.
플레이어의 가족은 불운했다. 어머니는 플레이어가 8세 때 암으로 사망했다. 금광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막내와 함께할 때가 많지 않았다. 아버지는 플레이어가 골프할 수 있도록 대출을 받아서 골프채를 사줬다.
플레이어가 가장 처음 골프를 시작한 것은 요하네스버그의 버지니아 파크 골프장이다. 14세에 첫 라운드를 했고, 첫 세 홀에서 파를 적었다. 16세에 플레이어는 남자골프 세계 순위 1위에 오르겠다고 천명했고, 17세에 프로골퍼가 됐다.
플레이어는 1957년 1월 19일 비비엔 베르웨이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여섯 명의 자녀를 낳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4승 등 150회 이상 우승컵을 들었다. PGA 투어 첫 승은 1958년 4월 켄터키 더비 오픈, 메이저 첫 우승은 1959년 7월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기록했다.
1961년 4월 마스터스, 1962년 7월 PGA 챔피언십, 1965년 US 오픈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5명(진 사라젠, 벤 호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등) 중 한 명이다.
이후 플레이어는 메이저 9승을 추가했다. 가장 많이 우승한 대회는 3승씩으로 마스터스와 디 오픈이다. 플레이어는 1961년, 1974년, 1978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1961년 첫 우승 당시에는 받은 그린 재킷을 남아공 집으로 가져갔다. 우승자는 다음 해에 반납해야 하지만, 플레이어는 반납하지 않았다.
1966년에는 미국골프협회(USGA) 밥 존스 상을 받았다. 세계골프명예의전당에 헌액된 것은 1974년이다.
2000년 미국 매체인 골프다이제스트는 플레이어를 8번째 위대한 골퍼로 선정했다.
플레이어가 마스터스에서 은퇴한 것은 2009년 4월이다. 52번째 출전이었다.
그린 재킷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던 오거스타 내셔널은 2011년부터 플레이어를 마스터스로 초대했다.
명예 시타자로서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명예 시타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캐디를 자처한 아들이 사업 아이템을 대놓고 광고하면서다. PGA 투어와 LIV 골프가 한참 대립각을 세울 때도 골프 사우디 로고를 붙이고 나타났다.
플레이어는 어머니처럼 아내 역시 암으로 떠나보냈다. 2021년 8월이다.
플레이어는 아내, 여섯 자녀, 유모, 교사와 함께 대회에 출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여행한 운동선수로 꼽힌다. 그는 항공 여행으로 2600만㎞ 이상을 기록했다.
플레이어는 아프리카 출신이다. 미국과 유럽이 주축인 골프계에서는 아웃사이더로 불렸다. 플레이어는 미국과 유럽의 남자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 출전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플레이어는 "라이더컵에서 본 것들이 실망스럽다. 증오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플레이어는 이후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국제 팀의 남자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 이 한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