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골프史] 타이거 우즈와 맞붙은 유일한 필리핀 골퍼
2024-11-20 06:00
이 골프장에서 한 국제 대회가 열렸다. 티잉 구역에 오른 선수는 골프 황제라 불리는 미국의 타이거 우즈다.
당시 우즈는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우즈의 티샷 이후 한 필리핀 선수가 티샷을 했다.
그의 이름은 카시우스 카사스. 당시 필리핀 1위였던 카사스는 우즈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카사스는 1997년 골프 월드컵에서 조국을 대표했다. 2000년에는 필리핀 마스터스, 2001년에는 필리핀 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필리핀이 좁았던 카사스는 아시안 투어에 합류했다.
카사스는 아시아 선수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윌스 인디언 오픈 3위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그런 그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2010년이다. 2018년에는 심장 수술을 받았다.
신체적 한계에도 카사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더 컨트리클럽 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이후 카사스는 자신의 경험을 필리핀 골프 꿈나무에게 전달했다.
유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줬지만, 재정은 녹록지 않았다. 인생을 즐기자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카사스는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 시니어 투어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를 거듭한 그는 골프채 대신 낚싯대를 쥐고 필리핀을 누볐다.
그런 그가 유명을 달리한 것은 지난 18일이다. 사인은 호흡 곤란이다.
레이먼드 번퀸 포레스트 힐스 단장은 "카사스는 열정과 두려움이 없었던 골퍼다. 안정적인 플레이는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고, 어떤 샷도 실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린 주변에서는 마술사 같은 기술을 선보였다. 황금 손을 가진 골퍼였다"고 회상했다.
유명 코치인 봉 로페즈는 "카사스는 최고의 볼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압박 속에서도 두려움을 몰랐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