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9개월 만에 재회…'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 서명
2024-06-19 16:53
1시간 30분 동안 비공개 정상회담...폭넓게 의견 교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개월 만에 재회해 북·러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군사 협력, 무기 거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전쟁)' 등으로 국제무대에서 고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양국 관계를 재정비하고, 반미를 고리로 새로운 관계에 진입하겠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19일 낮 금수산 태양궁전에서 비공개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장에는 북한 측에서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성희 외무상,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6명이 참석했고, 러시아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을 비롯한 13명이 배석했다.
두 정상은 1시간 30분가량 국제정세, 인도주의적 관계 복원, 안보, 경제, 에너지, 교통, 농업 협력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측은 북·러 관계를 장기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문서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국 간 상호작용은 평등의 원칙과 호혜에 대한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며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의 정책에 대한 일관되고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김 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주의에 반발하며 북한과 장기 관계 구축을 위한 새 기본 문서가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작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결과로 우리는 오늘날 양국 관계 구축에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에 기초가 될 새로운 기본 문서가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러 정상회담이 모스크바에서 열리길 기대한다며 초청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선조들의 업적은 오늘날 양국 관계 발전에 좋은 기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전적인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특히 북·러 관계가 새로운 번영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강한 러시아의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며 "러시아 정부와 군, 인민이 주권과 안보 이익,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데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새벽 평양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을 두 번이나 포옹하며 '밀착'을 과시했다. 당초 푸틴 대통령은 18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할 예정이었지만 자국 일정이 지연되며 당일치기로 변경됐다. 하지만 대폭 늦어진 도착 시간에도 김 위원장은 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을 영접했고 푸틴 대통령도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김 위원장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