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북러 '유사 핵 동맹' 밀착 …그걸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

2024-07-03 05:00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제재를 받는 문제 국가인 러시아와 북한이 다시 한번 악마의 제휴를 하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의 보스토치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과 러시아의 대북한 군사 과학기술 지원을 내세운 ‘위험한 거래’에 이어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무모한 협력에 나선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심화시킬 분명한 위험 신호다. 대중국 관계와는 결이 다른 북한의 북러 동맹 형성 시도는 전략적으로 러시아를 선택해 중간자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또 북·러의 과도한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물론 남북 관계나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대립과 중·미 관계의 향후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과 러시아 공히 중국의 지원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북·러 간의 실질적 동맹 복원은 향후 다양한 변수와 불확실성을 생산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러는 ‘유사 핵 동맹’에 근접하는 동맹을 복원했다. 당초 1961년 체결된 <조선·소련 동맹 조약>은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을 명시했었지만, 한·러 수교 이후인 1996년 폐기됐고, 소련 해체 이후 2000년에 맺은 <북러 우호친선 및 협력조약>에는 안보 지원 조항이 빠졌다. 그러나 작년 9월 정상회담에서의 협력 분위기 조성에 이어 이번 회담에서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인 양측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에 따라 '포괄적'이라는 표현을 통해 군사·경제·인적 교류 등 전 분야에 걸친 협력 관계를 천명한 것이다. 이는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는 북한과 러시아 간의 ‘유사 핵 동맹’이며, 동맹 수준의 상호 지원 명시는 사실상의 상호 체제보장 합의로 양국의 군사 협력을 정당화하는 군사 협력 제도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공개한 양국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제4조에는 ‘어느 일방이 개별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 일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다. 러시아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명문화하지 않았다면서, 유엔 헌장 51조의 ‘무력 침공을 받았을 때 양국 법에 준하여’라는 조항에 따른 방어 차원임을 강조한다. 러시아가 이렇게 연루 회피 장치를 만들었지만, 이는 북한이 러시아의 대우크라이나 침공 행위를 돕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다. 북한도 러시아와의 동맹 체계 복원이 자체 군사력 증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양국은 2000년 <조약>에서 언급한 군비 축소와 한반도 통일 등의 문구를 새 협정에서는 삭제했다. 오히려 푸틴은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 진전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미국 주도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는 재검토돼야 한다’는 등, 사실상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핵확산을 저지해야 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발언이다. 이는 결국 실질 핵보유국 북한을 자국 주도의 안보 전선에 편입시켜, 미국과 미국 주도로 확장되는 다양한 소·다자협의체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조약 10조에 무역·투자 확대 등 경제협력 조항을 삽입해 국제 제재 무력화도 시도하고 있다. 이로써 러시아가 형식적이나마 취했던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은 사라졌다.
가장 큰 우려는 이번 북·러 밀착으로 북한 김정은이 한층 대담해질 개연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자동 군사개입이 명시되지 않은 상호 지원이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운용되는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북한이 한·미·일의 대북 압박을 러시아를 통해 대항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역시 한국을 겨냥한 것이 결코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기본적으로는 북한을 이용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한미·한미일 협력을 압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이 점에서 러시아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았다고 여긴 김정은이 푸틴이 자신의 모험주의를 지지할 것으로 믿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한 행동을 따라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남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협력하는 핵심 안보 의제인 비핵화 및 평화 체제 논의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북한 비핵화든 한반도 비핵화든 비핵화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핵 비확산(NPT) 체제를 이끄는 핵심 국가의 하나인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는 암묵적 용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에게 러시아라는 뒷배를 이용하면 서방의 비핵화 요구를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 증대의 빌미를 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난관에 빠진 북한 비핵화 논의를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북·러 밀착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북·러 간 문제라며 말을 아꼈던 중국은 아직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특이하게도 민영매체인 차이신(財信)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러 간 군사 관계가 과열되고 있다’며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수준의 군사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된다’는 논평을 냈다. 북·러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장과 불만을 민영매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북한이 더 과감한 도발에 나서면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 공조가 더 강화된다면 전략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이 강조하던 수사적 차원의 ‘건설적 역할’이 ‘실질적’ 역할이 돼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며, 북핵에 대한 한·중 소통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북·러의 이번 동맹 부활은 ‘방어적 성격’을 넘어 실질적으로는 양국의 침략과 도발을 정당화하려는 야합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어떠한 협력도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북한이 러시아까지 한반도에 끌어들임으로써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추세와 사실상의 북·러 동맹이 갈등하는 각축장이 될 소지까지 커졌다. 이 점에서 ‘신냉전’ 구도를 비판하는 중국은 북·러 밀착이 실질적 냉전 구도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기본 축으로 북·러 밀착에 대해 군사·외교적으로도 철저한 대응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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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 교수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