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전운 감도는 미·중 '관세전쟁' … 한국의 선택지는

2024-06-07 10:43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양보 없는 전략경쟁을 전개하는 미·중 간에 관세전쟁 전운이 다시 감돌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와 더불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경쟁적으로 공약하고 있다. 사사건건 서로를 비난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압박에는 한목소리다. 물론 대선 승리에 필수적인 경합 주(洲)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이른바 ‘러스트 벨트’ 노동자 표심을 얻기 위해서지만 누가 당선되든 향후 미국의 대중 압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중국의 의도적 과잉생산을 비판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4일 1974년 제정된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을 발동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인상을 지시했다. 6월 28일까지 조사 결과가 나오겠지만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배터리·반도체·태양전지와 일부 의료품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액수로는 대중국 수입의 약 4%에 달하는 180억 달러에 달하며 일부 조치는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일반수입 제품에 10% 보편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바이든의 대중 관세 전략과 트럼프의 일률적 관세 부과는 차이가 있지만, 중국을 제압하겠다는 일념은 일치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동원한 과잉생산과 불공정한 덤핑 수출이 미국 산업 붕괴와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물론 국제무역 질서도 해친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 하방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기차·태양광·배터리 등 덤핑 수출을 의도적으로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4월 초 방중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중국의 과잉생산을 강하게 비판하고, 유럽을 포함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면서 다른 국가들에 대해 동참도 촉구하고 있다. 또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 중국 제품이 무관세 혜택을 받고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며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 ‘자유무역협정(USMCA)’ 개정 시도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관세 부과 방침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규범적이고 조밀하다. 2018년 시작된 트럼프의 대중 압박에는 동의하지만 관세율을 높여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는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다. 전 세계 공급망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같은 새로운 공급망 질서 구축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보다는 위험 관리를 뜻하는 디리스킹(de-risking)을 강조하는 것 역시 전 세계 150개국 이상이 중국을 1~2위 무역파트너로 두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미국 전략산업 보호와 발전을 앞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에 중국은 고민이 크다. 중국은 코로나 봉쇄에 따른 후유증과 부동산 경기 부진, 지방정부의 부채 압박이 계속되고 있고, 금융위기로 번질 위험성까지 대두되면서 중앙정부마저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미·중 전략경쟁 그리고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지역 블록화 현상까지 겹쳐 있다. 중국은 수출 하락세와 소비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작년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 내수 진작보다 산업 생산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의 제조업 강점을 활용한 생산 확대로 불경기를 타개하겠다는 시도에 바이든이 다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중국도 물러날 뜻이 없다. 중국 정부도 이미 지난 4월 26일 중국과 특혜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고관세를 부과하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중국도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개정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이 중국판 슈퍼 301조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또 중국은 미국의 '중국 과잉생산'과 ‘덤핑 수출’ 지적을 '보호무역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 제품이 비교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시장 경쟁력을 가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화학 제품에 대한 '반덤핑 여부 조사'와 미국의 12개 방산업체 제재와 함께 미국, EU를 겨냥한 수입차 관세 인상 검토도 발표해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의 동참 저지에도 나서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미·중 양국 간 경쟁은 2016년 트럼프 당선 이후 무역 분야 통상 갈등으로 시작해 과학기술 분야 경쟁으로 확대됐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민주·자유·개방·인권 등 미국적 가치가 추가되면서 전방위 체제 경쟁으로 확대돼 이제는 전략적 대항 시대에 진입한 양상이다. 작년과 재작년에 열린 양국 정상회담이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양자 관계를 재확인했지만 미국은 ‘갈등 있는 대화’를, 중국은 ‘갈등 있는 라이벌’ 시대를 상정하는 차이가 있다. 결국 핵심 이익(core interests)이나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s)을 둘러싼 전략 경쟁(strategic competition)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중 양국 간 경쟁과 대항 구도는 마치 지구상에 이 두 나라만 존재하는 모양새다. 모든 국가가 그렇듯 자국 발전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양국 간 갈등은 많은 국가들을 선택적 함정(陷穽)으로 몰아넣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관세 부과가 예정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계속 서로를 공격하고 선택을 강요한다면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지구촌이 공생(共生)을 잃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위험한 게임을 보고 있는 한국은 더 걱정이다. 한국도 미국과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 중시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에서 벗어나 경제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면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안미경세(安美經世)를 추진하고 있기는 하다. 일견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으로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미·중이 거대 무역장벽을 계속 구축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어려움은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로 보면 11월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중 양국 간 무역과 관세 난타전은 예정돼 있다. 다행히도 지난달 말 어렵게 성사된 한·일·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일단 소통의 물꼬를 텄다. 우리는 어느 일방을 선택하는 것이 결코 최선이 될 수 없고,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음도 잘 알고 있다. 국가 안전 확보 측면에서 북핵 위협을 억지하는 한·미 관계 강화와 한·미·일 3각 공조 확대는 당위적이지만 민생과 직결된 적어도 경제전략에 있어서는 양국을 대상으로 한 상호 ‘관리’에 소홀함이 없는 정교한 전략적 논리가 있어야 한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 교수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