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 처한 방송사업자, 불경기로 광고 수입↓ 콘텐츠 투자 비용↑
2024-06-19 15:43
한국기업평가 보고서
방송 사업자들이 이중고에 처했다. 지난해 불경기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방송사의 광고 수입이 줄어든 반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확대로 인해 콘텐츠 투자 비용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익성이 줄어들면서 주요 방송 사업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OTT 플랫폼과의 자금력 차이로 인해 현실적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기업평가는 '방송광고시장 침체와 콘텐츠 투자부담 심화의 이중고에 직면한 미디어 업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방송 사업자들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SBS와 MBC는 지난해 각각 영업이익률 4.0%, 1.0%에 그쳤다. KBS와 JTBC, 스카이라이프 TV는 같은 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수익성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방송광고시장 침체가 꼽힌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광고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7.5% 감소한 3조3000억원이었다. 올해 방송광고 시장 규모는 이보다 1000억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광고시장 규모의 추이와 동떨어진 수치다. 올해 전체 광고시장(16조4000억원)은 지난해(16조원)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상승 폭은 온라인 광고 영역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방송 사업자들의 콘텐츠 투자 부담은 증가한 모양새다. OTT 플랫폼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이들처럼 투자 비용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 사업자의 콘텐츠 제작비는 2016년 4조3000억원에서 2022년 5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상파 방송 사업자는 2018년까지 콘텐츠 제작비를 줄였지만 2021년부터 다시 늘리고 있다.
국내 드라마 제작비도 증가했다. 2010년 회당 약 3억원이었던 제작비는 2022년 이후 평균 10억원으로 올랐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지상파 등 전통 플랫폼은 광고 매출이 감소하고 양질의 콘텐츠 수급을 위한 제작비 부담이 가중되는 등 악순환 구조에 노출돼 있다"며 "합리적인 제작비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해 지식재산(IP)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