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업튀' 변우석 "류선재, 앞으로도 제일 친한 친구로 남기를"
2024-06-11 00:01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재 업고 튀어'는 올해 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주연 배우들은 물론 조단역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드라마 장면 장면마다 은유와 상징 그리고 미감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방송이 끝난 뒤 더욱 활발한 이야기가 오가는 작품이 등장한 셈이었다.
이 화제의 중심에는 '류선재' 역의 배우 변우석이 있었다. 풋풋한 10대의 감성부터 사랑을 잃고 메말라 버린 30대의 감성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과몰입하게 만든 그는 어느새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며 많은 이를 감상에 젖게 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우리 드라마가 기대작으로 불리지는 않았죠. 그럼에도 저는 '좋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님이 쓴 대본이 제게 어떤 울림을 가져다주었거든요. 사랑받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하하."
누군가는 배우 변우석이 혜성처럼 등장해 순식간에 업계를 뒤흔들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6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로 데뷔해 '역도 요정 김복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청춘기록' '힘쎈여자 강남순' 영화 '20세기 소녀' '소울메이트' 등 다수의 작품으로 내공을 다져왔다. 그 내공을 바탕으로 '선재 업고 튀어'를 제 것으로 소화해 냈고 데뷔 8년 만에 스타덤에 오르게 됐다.
"이런 반응이 믿어지지 않아요. 방송 다음 날이면 포털 사이트에 '선재 업고 튀어'랑 제 이름도 검색해 보곤 했어요. 시청자분들의 반응이나 좋은 기사들을 보면서 '우리 작품을 좋아해 주고 계시구나' 생각했어요."
이따금 '이름'을 잃은 배우들을 만나곤 한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배우들이 대체로 그런 경험을 하는데 변우석 역시 같은 일을 겪고 있다. 그는 '변우석'보다 '류선재'로 더욱 자주 불린다며 "기분이 좋다"고 표현했다.
"배우로서는 정말 좋은 일 같아요. '선재'라고 불러주시면 좋겠어요. 하하. 앞으로도 '선재'라고 불리게 되면 어쩌냐고 걱정되지는 않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사실 어떤 부담감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생각은 안 하려고 해요. 작품을 해나가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다 보면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게 되지 않을까요?"
류선재는 '남자 주인공'으로서 완벽한 인물이었다. '임솔'에 대한 순정이 풋풋하고 애틋하게 담겨야 했고 코미디부터 멜로까지 소화해야 했으며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은 감성들도 담아야 했다. 부차적으로는 수영선수부터 밴드 보컬까지 표현해야 했다.
"솔직히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마냥 좋았어요. '이런 대본이 내게 오다니?' 무조건 하고 싶다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대본을 더 깊게 보고 분석하다 보니 참 할 게 많은 캐릭터더라고요. 대학생부터 34살 선재까지 보면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커서 '그냥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임한 거예요."
최근 변우석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의 고등학생, 특히 '첫사랑'의 이미지는 가진 캐릭터들을 자주 연기해 왔다. 영화 '소울메이트' 함진우, '20세기 소년'의 풍운호가 그러했다. 그는 앞선 작품들을 학습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며 류선재를 완성했다.
"왜 작가나 감독들이 변우석에게 그 시절 첫사랑 역할들을 주는 것 같냐"고 묻자, 그는 멋쩍게 웃으며 "잘 모르겠다"고 겸손히 답했다.
"저의 어떤 면을 보신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정확히 어떤 포인트에서 저를 '과거'의 '첫사랑'으로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감독님들께서 공통적으로 10대부터 30대까지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변우석은 이번 작품으로 가장 자신의 나이와 가까운 인물을 연기해 볼 수 있었다. 1991년생인 변우석은 극 중 1990년생인 류선재를 보며 친근함을 느꼈고 보다 가깝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기하면서 추억에 잠길 때가 있었어요. 솔이와 MP3를 같이 듣는데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저는 남자고등학교를 나왔거든요? 당시 친구들과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눠 끼고 음악을 자주 들었어요.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금 드라마를 보니까 '엄청 로맨틱한 일이네' 싶더라고요. 그걸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했지?"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변우석을 달리 주목하게 된 건 코미디 장르에 대한 탁월한 센스였다. 코미디에 대한 이해도와 리듬감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고 칭찬하자 변우석은 눈을 반짝거리며 "코미디 연기 중 어떤 장면을 제일 좋아하시느냐"고 묻기도 했다.
"제가 코미디 연기를 정말 좋아해요. 특히 작가님이 그리는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정말 제 스타일이에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했어요. 직접 아이디어도 많이 냈고요! 코미디 연기 정말 좋아하는데 칭찬해 주시면 기뻐요."
'선재 업고 튀어'의 특이점 중 하나는 선재마다 팬들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변우석 역시 "그게 저도 신기했다"는 반응이었다.
"감정적으로 다 봐주시는구나 싶었어요. 같은 사람이지만 분명히 변화가 있고 감정들도 다 다르잖아요. 이런 점들을 표현하는 데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그 점을 알아주신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극 중 선재들은 각각의 변화를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져가야 하는 '핵심'은 분명했다는 부연이다.
"솔이에 대한 마음이요. 기억을 잃었을 때도, 잃지 않았을 때도 솔이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 가져가려고 했어요. 그걸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여겼죠."
드라마에 대한 흥미로운 반응은 또 있었다. 류선재에 대한 '드라마 팬'과 '아이돌 팬'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었다. "아이돌 팬들은 콘서트 뒤풀이 장면부터 결혼 인정 입장문까지 치를 떨 수밖에 없다"고 하니 변우석은 "재밌다"며 웃었다.
"드라마 팬분들이랑 아이돌 팬분들 반응이 다르다는 점도 재밌었어요. 솔직히 촬영할 때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방송분을 보고 반응을 보니 '아 뒤풀이 참석을 안 하고 (선재 없이) 사진까지 찍으면 불화설이 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냥 연기할 때는 '류선재와 백인혁은 저런 대화까지 하는구나. 찐친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하. 이슈가 되고 나서야 알았어요."
2016년 데뷔해 어느새 데뷔 8년째가 됐다. 앞으로 8년 후 '선재 업고 튀어'를 돌아보았을 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냐고 묻자 변우석은 "오래도록 남을 친구"라고 표현했다.
"선재는 계속 '친구'로 남고 싶어요. 보고 싶을 때, 힘들 때, 기쁠 때 '선재 업고 튀어'를 돌려보며 선재를 만나고 싶어요. 제일 친한 친구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