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에이트 쇼' 류준열 "'욕심' 내려놓고, '초심' 찾으려고요"

2024-05-30 13:45

넷플릭스 '더 에이트쇼'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해 벌써 9년째가 됐다. 배우 류준열은 10년이 다 되는 시간 동안 스크린, 브라운관을 오가며 탄탄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고 창작자는 물론 대중에게도 사랑받으며 저만의 영역을 다져왔다. 

입지가 단단했던 만큼 파열음도 거셌다. 올해 사생활 논란을 시작으로 그린워싱 논란까지 연이어 구설에 오르며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대중의 눈초리도 사나워졌다. 과거 인터뷰나 필모그래피도 해체되고 조각나며 폄하 당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도 류준열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했다. 논란이 채 식지 않은 상황 속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감독 한재림)가 공개됐다. 우려와 눈총 속에서도 류준열은 주연 배우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고 '더 에이트 쇼'는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 68개국 TOP 10 달성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제가 스포일러에 예민해서요. 제 작품들을 많이 보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더 에이트 쇼'는 이미 제가 다 아는 내용인데도 재밌게 봐지더라고요. 몇 번은 본 것 같아요."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영화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더 킹'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류준열은 영화 '더 킹'에 이어 또 한 번 한재림 감독과 만나 호흡을 맞췄다.
넷플릭스 '더 에이트쇼'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저는 한재림 감독님의 팬이에요. 그분의 초기작들을 극장에서 보았고, 데뷔한 뒤에는 '더 킹'으로 만나서 사랑하는 작품을 완성했죠. '더 에이트 쇼'가 특별히 좋았던 건요. 한 번 일했던 분들이 저를 다시 불러주었다는 점이에요. '나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나쁘지 않았구나' 싶으면서 즐거웠던 현장이었어요."

극 중 류준열은 빚 때문에 벼랑 끝, 쇼에 참가한 '3층' 역을 맡았다. 투자 사기를 당해 사채 빚까지 끌어안게 된 그는 '더 에이트 쇼' 초대장을 받게 되고 엄청난 시급을 받으며 일생일대의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 

'더 에이트 쇼'의 3층은 그의 데뷔작인 '소셜포비아' BJ 양갱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응답하라 1988' '인간실격' 등 그동안 류준열이 추구해 왔던 캐릭터와는 달리 초창기 '날 것'의 모습들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였다. 지질하고 처절한 면면들을 드러내며 코미디 연기와 깊은 내면 연기를 오갔다. 

"배역에 따라 연기 결이 달라지긴 할 거예요. '외계+인'이나 '올빼미'는 장르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기능적인 인물로서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더 에이트 쇼'는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연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3층의 역할이 '화자'로서 시청자와 배우 간 거리를 좁히고 소통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솔직함'이었죠. 속마음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하고 공감을 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았어요."

류준열은 3층을 두고 "아주 인간적인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3층은 시청자와 배우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 의무를 가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인간적인 면면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는 부연이었다. 

"'얼마나 인간적인가?'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때로는 내 기분을 표현하지 않고 '척'하고 살고, 때로는 동물적으로 본능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속마음을 잘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3층의 포인트였죠."

류준열은 1층부터 8층까지 돌아보며 "3층이 실제 저와 제일 잘 맞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저 역시도 척하고 살지 않느냐"며 인간적인 면면들이 잘 보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모습이 드러났을 때 창피해하기도 하고, 웃고 있지만 속상해하기도 하고, 분함을 못 참기도 하고요. 어떤 캐릭터보다 인간적이라서 저와 닮아있다고도 생각했어요."
넷플릭스 '더 에이트쇼'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는 배우에게도 낯선 진귀한 체험을 안겨준 작품이다. 8명의 배우가 한정적인 공간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세트장에서 계속 촬영하는데 반응이 딱 갈리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이런 촬영이 잘 맞는다'라고도 하시고, 어떤 분들은 '어렵다'라고도 하시고요. 저는 정시에 출근해서 퇴근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날씨에 연연하지 않고 계획한 대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편했고요. 한정적인 공간이니까 철저하게 동선을 계산했어야 했는데 배우들이 열정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고민이나 호흡들도 즐거웠어요. 어디 가지 않고 모여서 끊임없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특별하더라고요. 다른 작품들보다 더 빨리 가까워진 것 같고 그래서 더욱 (작품에) 애정도 생겼고요." 

'더 에이트 쇼'가 공개된 뒤 단연 화제를 모았던 장면은 8인의 장기 자랑 신이었다. '시간'을 버는 메커니즘을 알게 된 8인이 '쇼'를 목적으로 장기 자랑을 펼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장기 자랑을 앞두고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을 것 같다"고 운을 떼자, 류준열은 "묘하더라"며 웃었다.

"진짜 장기 자랑을 앞둔 것처럼 긴장되더라고요. 심지어 첫 주자가 '코코더(코로 리코더를 부는 장면)'를 완벽하게 해버리니까 다음 주자들이 불안해했어요. 3층 대사처럼 '어느 타이밍에 해야 하나' 눈치도 보곤 했죠. 배우들이 전반적으로 3층의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정희 누나도, 열음이도 노래 연습하는 걸 봤거든요. 하하. 저도 몰래 춤 연습해 보곤 했어요.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었달까요?"

3층은 형편없는 막춤 실력으로 장기 자랑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만다. 류준열은 해당 장면을 회상하며 "인터넷 밈을 참고했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처음에는 슬로우를 걸어서 춤을 잘 추는 것처럼 (시청자들을) 속인 뒤, 실제 춤 실력을 보여주기로 했었거든요. 장기 자랑으로 승부를 거는 것처럼요. '3층에게 저런 면이?' 싶다가 조명과 슬로우가 풀리면서 맥이 탁 풀리도록 (시나리오가) 설계되어 있었는데 막상 찍어보니 그 느낌이 안 나는 거예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잘 추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정말 고민이었어요. 잘 추는 게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원하는 만큼이 아니었나 봐요. 그래서 처음 계획했던 연출을 버리고 새로운 안무를 짜면서 그 장면을 만들어봤어요. 당시 인터넷 밈을 보면서 따라 해본 거예요."
넷플릭스 '더 에이트쇼'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최근 논란이 되었던 일들도 언급했다. 오랜 연인과 헤어지고 새 연인과 만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생활 논란이나 기후 위기 캠페인에 앞장서면서도 메이저 골프 대회 캐디로 나선 일 등에 관해 털어놓으며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담담히 답했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저에 대한 비판의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아마 많은 분이 데뷔 초 늦은 나이에 배우로 데뷔해 열심히 사는 모습과 솔직함에 좋아해 주셨던 것 같은데 생각과 다른 모습들에 배신감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두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을 받지 않으셨을까요. 날카로운 말들을 다 찾아보았고 제가 감당해야 할 몫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됐어요."

그는 대중의 비판을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동안 너무 욕심부린 것 같다"고 반성했다. "이미지에 갇혀서 그 이미지를 지키려고 했던 것 같다"며 눈에 보이는 것보다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요즘 고민하는 건데요. '이미지'라는 건 많은 분에게 각인되는 것이구나 싶어요. 어리석었던, 욕심냈던 것들을 내려놓고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뭐였을까? 고민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해나가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