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 엿보기] "트럼프 당선 시 머스크 '백악관행' 가능성"

2024-05-30 14:37
지난 3월 별장 회동서 만난 둘
'선거조작' 방지 프로그램 투자계획 나눠
이후 불법이민자·경제 분야도 논의해
"한달에도 수차례 통화"..."상당 부분 이해관계 일치"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고문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두 사람이 지난 3월 만남 당시에 여러 사안을 논의하다가 공식적 고문 관계를 맺는 걸 검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스크에 제안한 고문 자리는 그가 관심을 둔 국경 문제(불법 이민자)와 경제문제 등에 관해 공식적 경로로 대통령에게 조언할 수 있는 위치인 것으로 해당 소식통은 설명했다. 다만 이 역할을 맡는 방안은 무산될 수 있음도 밝혀뒀다.

이 소식에 대해 트럼프 캠프 대변인 브라이언 휴즈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 각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할지 판단할 유일한 주체"라며 선을 그었다. 머스크 측은 WSJ, 더힐 등 매체의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지난 3월로 되돌아간다. 당시 월가의 억만장자인 투자자 넬슨 펠츠의 플로리다 팜비치 저택에서 펠츠를 포함 총 세 사람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펠츠의 가정에서 차려준 계란과 베이컨, 신선한 과일로 구성된 아침을 먹으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각자의 자녀들끼리도 친분이 있었던 걸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머스크는 펠츠와 함께 투표 사기를 방지할 데이터 기반 프로젝트에 관한 투자 계획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투표 결과에 대한 불신을 보였으나, 당시 법무장관은 이런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해당 투자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의 만남은 당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바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머스크는 이후 CNN 전 앵커 돈 레몬과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친구 집에 갔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우연히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머스크는 이날 본인과 친한 재계 인사 모임을 상대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들어갈 계획도 밝힌 걸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4월 머스크가 주최한 로스앤젤레스(LA) 만찬 행사가 온라인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머스크와 페이팔에서 함께 일했던 데이비드 색스, 벤처 투자자 피터 틸,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 등이 참석한 걸로 알려졌다. 이들은 암암리에 트럼프에게 자금을 지원할 방안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바이든에 비우호적 행보를 보인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최근 한 달 간 여러 차례 통화를 할 만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두 사람은 미국의 우주군, 이민, 기술 과학 등 광범위한 주제로 이야기 범위를 넓혀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최근에는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본인 소유 소셜미디어 엑스(X)의 포스팅을 더 올려달라 하거나,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사업과 세액 공제를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WSJ은 두 사람은 의견과 이해관계가 "일치했다"고 평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와 같은 재계 인사를 고문에 앉혀본 경험이 있는 터라, 머스크도 그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 재임 기간에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전 회장인 아이작 펄머터를 재향군인회 자문 역할을 맡게 했다. 그는 트럼프의 핵심 관계자들과 예산 등에 관한 내밀한 논의를 이어갔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이후 그는 이해충돌 가능성 때문에 사퇴했다가 잠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는 2년 전만 해도 서로 공개 모욕을 주고받던 '앙숙'이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2022년 5월부터 돌연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최근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포스팅 수를 줄였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도 있었다. 머스크는 지난 3월 CNN 전 앵커 돈 레몬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한 명확한 지지 의사를 드러낸 건 아니었으나, "바이든에게서는 멀어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