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관세 촉구에 유럽 고심…트럼프 당선시 '동지서 적으로'

2024-05-22 16:33
옐런, 대중국 관세 전쟁 '단일대오' 촉구
EU, 중국 보복 및 트럼프 리스크에 고심
ECB 총재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야"
중국은 보복 관세 맞대응 검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대중국 무역 전쟁에 서방이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유럽이 이에 선뜻 호응하고 있지 않다. 미국처럼 관세 폭탄으로 대응했다가는 중국의 보복 관세에 유럽 자동차 업계가 휘청일 수 있어서다. 더구나 오늘의 동지인 미국이 내일의 적으로 급변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오는 11월 대선을 기점으로 트럼프 2기가 들어선다면, 미국은 유럽에도 관세를 퍼붓는 등 태세를 전환할 수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유럽연합(EU)이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전쟁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공세에 서방이 ‘단합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 제조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의 산업 정책은 우리가 지금 여기 앉아 있는 곳과는 먼 문제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만약 우리가 전략적으로 그리고 단결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기업들이 매우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이 구리, 코발트, 니켈 등 핵심 광물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미국과 유럽이 함께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100%까지 끌어올리는 등 중국산 녹색 기술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그러나 유럽 지도자들은 비교적 온건한 방식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반보조금 조사 등 세계무역기구(WTO)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경쟁이) 공정하고 규칙에 따라 이뤄지길 원한다”며, 중국에 대해 미국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겠다고 시사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미국의 관세 전쟁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유럽이 수입하는 중국산 전기차의 약 50%가 서방 브랜드 차량이라는 것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역시 관세 조치와 관련해 “세계 무역을 해체하는 나쁜 아이디어”라며 합류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외신은 미국과 달리 유럽이 대중국 무역 전쟁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데는 중국의 보복 가능성과 트럼프 집권 2기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라고 짚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리스크는 유럽에 부담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전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대비해야 한다며, “(트럼프는) 관세나 다른 방법과 수단으로 유럽에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EU 외교관은 “만약 (트럼프가) 11월에 승리한다면 우리도 (중국과)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또한 중국의 보복은 치열한 경쟁에 노출된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EU 내에서도 중국 대응 방안을 두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 EU 주재 중국 상공회의소(CCCEU)는 이날 중국 정부가 미국과 EU의 자동차 수입품에 최대 25%까지 관세를 인상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상공회의소는 류빈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 수석 전문가가 2.5ℓ 이상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에 임시 관세율을 인상할 것을 촉구한 인터뷰 등을 인용해 이처럼 주장했다. WTO는 수입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