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역풍'에 예산·제도 전향적 선회...'예타' 면제도 검토

2024-04-29 18:00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
국회서 무난한 합의 가능성

 
반도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면서 정부도 연구개발(R&D) 지원과 관련해 전향적인 태도로 선회하고 있다.

올해 대폭 삭감해 논란이 된 R&D 예산을 복원하기로 한 데 이어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R&D 재정 방만 운용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9일 열리는 재정전략회의에서 R&D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 지원책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대한 거센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올해 R&D 예산은 전년 대비 4조6000억원 줄어든 26조5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R&D 관련 예산을 대거 복원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며 "우리나라 R&D가 기존에 달리던 트랙이 아닌 새로운 고속 선로로 바꿔 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30조원 이상 예산이 배정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와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인 국가 R&D 사업에 대해 예타를 폐지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R&D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을 넘는 사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R&D 사업 예타 폐지는 과학계 숙원 중 하나였다. 반도체 등 발전 속도가 빠른 첨단 기술 분야 R&D는 대규모 자본이 신속하게 투입될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국내 예타는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려 시의적절한 기술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기술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 우리도 관련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D 예산 확충과 제도 개선은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전망이다. R&D 예산은 민간 부문이 오롯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초 연구 분야에 주로 활용된다. 정부도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기존 건전재정 기조를 일부 선회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R&D 투자 강화를 위해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국회 문턱을 넘기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예타 면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R&D 분야 제도 개편에 우호적이다. 지난 총선 때는 R&D 예산 복원·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다만 보완 수단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타를 면제하면 (과학계 등 해당 종사자들이) 이익 집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면서 "예타 과정을 압축하고 간소화하는 식으로 개선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